아킴이 사는 강가 마을은 평온했습니다. 어른들은 일을 했고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지요. 무언가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전쟁이라는 말조차 몰랐습니다. 어느새 무서운 소리들은 등 뒤로 가까워져 집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고자, 아는 …
동화책 제목으로는 좀 무뚝뚝해 보입니다. 계몽적이기도 합니다. 이 동화가 처음 발표된 것이 1949년이란 것을 알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때 발표되었다는 것만 알 뿐 그 내용은 몰랐는데, 한 연구자의 집념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복 직후, 사는 것이 팍팍한 시기입니다.…
밤이면 밤마다 아이를 재우는 일에 지친 부모들이라면 한 번쯤 해보았을 협박 아닌 협박이 있습니다. “너, 잠 안 자면 키 안 큰다!” 오래전 일입니다만 저도 눈물겹게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잘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은 한 뼘씩 자랍니다. 과학적인 근거로도 충분하지만 아이들로서…
문학은 인간에게 삶에 대한 믿음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동화는 아이들의 문학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사람과 나에 대해 생각합니다. 좋은 동화는 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하고, 꿈꾸게 합니…
바이올린과 첼로, 호른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도 해금, 아쟁, 퉁소에서는 고개가 갸웃한다. 레퀴엠보다 제례악이 낯설고, 산조는 지금껏 제대로 접해 본 적이 없다. 서양 음악보다 우리 음악을 들을 기회가 더 드물고, 그래서 더 멀게 느껴진다. 우리 음악과 친해지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 …
그림책을 고를 때는 취향, 특히 그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접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대부분 글부터 찾아 읽게 되지요. 그래서 말이 되면 이번엔 그림을 봅니다. 이 대목이 위험한데, 어른의 입맛에 맞는 취향이 한껏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그림이 교육적이지 않다든지, 아무리 그림책이라지만 …
해와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땅과 물은 어떻게 나뉘게 되었을까? 이런 의문은 인간이 존재한 이후 가진 가장 오래된 궁금증일 것입니다.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으로 종교를 믿게 되고, 철학이 생겨나고, 과학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현재 우리는 원소나 세포 …
나뭇가지가 휘어질 듯 매달린 사과가 표지 가득 선명합니다. 언뜻 새콤달콤한 사과 맛이 생각나 침이 고입니다. 담벼락 아래로 굴러 온 사과 덕에 풍뎅이와 벌, 작은 벌레들도 잔치를 합니다. 곧 사과는 썩고, 씨는 흙 속에 묻혔습니다. 사과의 한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간의 …
맑고 담담한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세 아이와 개 한 마리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이 세 아이는 친구일까요? 형제일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같은 또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개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길이 따듯합니다. 친구와 동물, 이 두 가지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행복마을에 사는 황소는 으뜸 농사꾼이다. 성실한 황소가 수확한 배추는 싱싱하고 속이 꽉 찼으며 맛이 좋았다. 반면 게으르고 뺀질대는 족제비의 배추는 잎이 누렇고 크기가 작았다. 시장에서 아무도 자신의 배추를 사주지 않아 화가 난 족제비는 배추를 가득 실은 황소네 경운기를 발로 뻥 찼다…
근육 힘이 약해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아이가 있었다. 갓난아기 때는 삼키는 기능이 약해 우유 10cc를 마시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고, 사시와 고도난시로 지금까지 받은 눈 수술만 한두 번이 아니다. 코앞에 있는 사물을 보기 위해 두꺼운 렌즈가 달린 안경을 껴야 하는 지윤이는 다운증후…
표지가 무겁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 체념한 듯 서늘한 눈. 비가 내리고 피가 흐른다. 관창이다. 백제와 신라의 마지막 전투에서 신라군의 용맹을 떨치며 죽은 어린 화랑이다. 그가 죽음의 칼날 앞에 마주 서있다. 삼국사기는 관창의 임전무퇴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의 죽음으로 신라군의…
낮에 잠깐씩은 훅 더운 기운이 남았어도 여름은 이제 힘을 잃은 것 같습니다. 요즘 하늘을 보면 그 푸르름에 눈이 시립니다. 게다가 하늘 멀리 펼쳐진 구름 모양은 또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요. 가을 하늘 푸른빛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흰 구름이 만드는 꿈같은 모양들은 가을이 주는 또 다른 선…
신문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구석구석 자리 잡은 작은 꼭지들을 찾아 읽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한 번쯤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추석날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고 그 아기에게 미역을 선물한 역장님 이야기 같은 것 말입니다. …
하얗게 쌓인 눈과 검댕만 보이는 마을에서 애너벨은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색색의 털실이 들어있습니다. 애너벨은 곧바로 뜨개질을 시작하지요. 이상하게도 검고 작은 상자에서 나오는 털실은 끝이 없습니다. 애너벨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자에서 나오는 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