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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1초만 떼 간직한다면…[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3/21/124097566.2.jpg)
휴먼다큐 작가로 일할 때, 대선배 피디와 편집실에서 나눴던 대화. 꼬박 20일간 한 가족의 일상을 담아 온 방대한 영상을 훑어보면서 선배가 물었다. “고 작가라면 어떤 장면을 골라 붙이겠어?” 나는 고민하다가 가족들이 둘러앉아 저녁 식사하는 장면을 골랐다. “자연스러워서요. 대단한 일…
![날갯짓이 아름다운 사람[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29/123762433.2.jpg)
태어나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관람했다. 샹들리에가 빛나는 웅장한 공연장이 낯설어 두리번거렸다.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를 직관하다니. 무대에서 춤추는 발레리노가 나의 제자라니. 가슴이 뛰었다. 모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첫 제자로 스물두 살 발레리노를 만났다. 여섯 살 때부터 시작한…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면 살아져”[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08/123457456.2.jpg)
단골 분식집이 있었다. 대학가에서도 오랜 명소 같은 분식집, 덮밥으로 유명했다. 제육, 오징어, 잡채덮밥이 단돈 삼천 원. 손님들은 분식집 주인을 ‘이모’라고 불렀다. “이모, 제육덮밥 하나요.” 그러면 이모님이 대접에 밥을 산처럼 퍼담고는 쏟아질 듯 수북하게 제육볶음을 덮어주었다. …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18/123124598.2.jpg)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조그만 학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20여 년 만에 모교를 찾았다. 모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연이 있었다. 학교는 세련되게 변했지만 구조는 그대로였다. 익숙한 걸음으로 도서관을 찾아갔다. 예전과 같은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시끌시끌 나를 스쳐 갔다. 별관…
![귀한 사람, 올해도 참! 잘했어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28/122819436.1.jpg)
연말이라 시상식이 많다. 올해 우수한 역량을 펼친 빛나는 이들이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걸어간다. 하지만 빛나지 않더라도 걸어갈 수 있지. 특별했던 레드카펫을 기억한다. 아이들 유치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원아들의 형제자매 부모 조부모까지 총출동한 가족운동회였다. 다 같이 ‘통천 펼치기…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07/122534239.2.jpg)
지금도 그리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대전에 어느 책방을 다녀왔다. 널따란 나무 테이블 하나와 의자 열 개가 전부인 작은 책방. 테이블을 중심으로 한쪽은 서가를 꾸려둔 책방, 한쪽은 음식을 만드는 부엌이었다. 테이블은 때때로 책을 읽는 책상이기도 음식을 나누는 …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야[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16/122221632.2.jpg)
온화했던 가을도 잠시, 입동을 지나자 매서운 한파가 몰려왔다. 11월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불현듯 가을에서 겨울로 저무는 계절, 하루가 이르게 어두워지고 빠르게 추워지는 바람에 마음도 갈피 없이 심란해진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라니. 올해 나는 어떤 삶을 살았던가, 잃어버린 것들…
![존중받는 기분이 들 때[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26/121889312.2.jpg)
동네에서 낯익은 이를 마주쳤다. 한때 우리 집을 방문했던 정수기 관리원 아주머니. 일곱 살 쌍둥이 형제가 꾸벅 인사하자 아주머니가 반색하며 웃는다. “기억해요, 고객님. 갈 때마다 환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했거든요. 아드님들 많이 컸네요. 어쩜 든든하시겠어요.” 아주머니를 처음 만난 날을…
![가을 책방 정경[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05/121531223.2.jpg)
가을비 내리더니 바람이 순해졌다. 한결 산뜻해진 거리를 걷는데 손바닥처럼 등을 쓸어주는 바람이 설레서 사부작사부작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았다. 오래된 주택가를 지나 시끌벅적한 시장을 가로질러서 한적한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눈에 익은 풍경이 보였다. 여길 오고 싶었던 거구나. 익숙한 발…
![우리가 두고 온 것은[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9/14/121189606.2.jpg)
스무 살, 상경해서 처음으로 얻었던 방은 월세 18만 원짜리 남녀 공용 고시원 방이었다. 창문 없는 길쭉한 방. 방문을 걸어 잠그고 웅크려 누우면 어둡고 눅눅한 관 속에 눕는 기분이었다. 얇은 합판을 덧대어 가른 방은 방음이 되지 않았고, 어둠 속에 들려오는 텔레비전 소리에 다들 나란…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8/24/120856296.2.jpg)
행복해지고 싶다. 아침 병원에서 간절하게 행복하길 바란 적 있다. 세상에서 행복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장소는 병원 아닐까. 여기에만 오면 온갖 걱정과 근심, 불행들이 뭉게뭉게 피어나 행복이란 아주 멀고 감상적인 사치처럼 느껴지니까. 나는 수술 중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아이가 …
![따뜻함의 적정 온도[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8/03/120555537.2.jpg)
한여름 카페에서 뜨거운 물 한 잔을 부탁했다. 호흡기가 민감해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때마침 감기까지 걸려 목이 꽉 부은 탓이었다. 한여름에 뜨거운 물을 청하는 손님에게 카페 주인은 차분하게 얘기했다. “조심하세요. 너무 뜨거우면 다쳐요.” 그러곤 뜨거운 물에 얼음 세…
![나무 아래에서 읽은 편지[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7/13/120227789.2.jpg)
어느 책방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둘러앉아 편지를 썼다. 필명을 정해 정성껏 편지를 쓰고 나눠 가지는 우연한 편지 쓰기 모임. 누가 누구의 편지를 갖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때론 모르는 사람에게나 털어놓을 수 있는 속내가 있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만 전할…
![친구 같은 스승이 된다는 것[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6/22/119900574.2.jpg)
한 사이버대에서 3년째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만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만난다. 처음 화상수업으로 학우들을 만났을 때 자세부터 바르게 고쳐 앉았다. 정작 교수가 가장 어렸다. 부모뻘인 초로의 학우들은 뜨겁게 공부했다. 배움의 열정 따라 가르침의 열정도 벅차…
![“뜻밖의 집밥, 잘 먹었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6/02/119590325.2.jpg)
한바탕 감기를 앓았다. 집밥이 그리운데 밥 지을 기운은 없고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배달 앱에서 ‘할머니보리밥’을 찾았다. 보리밥과 청국장을 파는 나의 랜선 단골집. 여기 음식은 어릴 적 할머니가 지어준 밥처럼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졌다. 먹고 나면 속도 편안해서 할머니가 손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