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공유하기
기사 26
구독 39




![청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0/03/132519592.2.jpg)
없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기다린 남자가제게도 있었답니다데이트 끝내고 집에 바래다주면집으로 들어간 척 옷 갈아입고다른 남자 만나러 간 일이 제게도있었답니다죽어 버리겠다고 한 남자도물론 죽여 버리고 싶은 남자도믿기지 않겠지만―김경미(1959∼ )푸를 청(靑)…
![사랑은 잊히고 근육은 남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26/132473228.3.jpg)
급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급 마음이 아팠다 이건 가짜 마음이란 걸 알아 운동을 하러 갔다 사랑해주는 사람보단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지 않을 땐 사랑해주더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사랑하게 되었다 로봇 개도 쓰다듬는 기능을 넣는다 사람이 사…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어[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19/132425080.5.jpg)
얼굴, 두려움이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얼굴눈길이 너무 멀리 가버려 눈빛을 가질 수 없는얼굴, 걱정밖에 안 남은 얼굴,천근만근 무거운 얼굴, 모가지가 두 개는 되어야겨우 버틸 수 있는 얼굴, 타인에게도슬픔이 있다는 것을 다 잊어버린얼굴, 기억하던 그 얼굴은 간데없고기억해주길 바라는 어리광…
![소리 나는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12/132378137.4.jpg)
한밤중 당근을 먹다가문득 멈춘다당근을 씹는 경쾌한 소리말들은 당근을 먹을 때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낼까여름밤 선풍기 소리겨울 유리창이 어는 소리잠의 문이 열리는 소리밤이 흰 상복을 입는 소리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스물이었을 때서른일곱이었을 때다시 아홉 살 마음으로 돌아가던 소리시에도 소…
![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05/132331058.4.jpg)
합정동,택시가 잡히지 않아개인 용달을 불렀다고개를 내민 기사는사방을 두리번거렸다짐은 어디에 있어요?아, 제가 바로 짐입니다―박시우(1964∼)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오는 시다. 용달을 모는 기사는 짐을 찾는데 그 짐이 다름 아닌 ‘나’라는 아이러니! 짐이 될 수 없는 존재가 짐이라고 …
![등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29/132283653.3.jpg)
사람들은 그것을나의 짐이라 한다보기만 그렇지짐은 무슨 짐실상 그것은 내가등에 지고 가는 큰 짐이라속을 헤집어 보면아른아른 비치는 순두부순두부 같은 것이 가득 차 있다아 그것은 슬픔내가 등에 지고 가는 슬픔나의 등짐은 모양이 없다다만 무게가 있을 뿐이다―이형기(1933∼2005)어젯밤 …
![조용한 의자를 닮은 밤하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22/132237203.4.jpg)
가을이라서 그럴까? 나는의자를 잊은 채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다.잠을 완전히 잊은 뒤에잠에 도착한 사람 같았다.거기는 아이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순간들이낙엽처럼 쌓여 있는 곳(중략)빗방울들이 모두 달랐다.이 비 그치고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을 내가 바라보자거기 어딘가의 별들 가운…
![빛 헤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15/132194542.3.jpg)
할머니는 말했다 파도가 두려워지기 전까진 파도를 두려워하지 마라 세상이 무서워지기 전까진 세상을 무서워하지 마라 할머니의 뼛가루를 바다에 뿌린 뒤로 자주 바다로 나가 헤엄을 쳤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추위와 더위를 가리지 않고 할머니가 남긴 말을 이해해보려고(중략) 산 사람은 살아야…
![나의 지렁이[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08/132153053.3.jpg)
내 지렁이는커서 구렁이가 되었습니다.천 년 동안만 밤마다 흙에 물을 주면 그 흙이 지렁이가 되었습니다.장마 지면 비와 같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뒤에 붕어와 농다리의 미끼가 되었습니다.내 이과 책에서는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새끼를 낳았습니다.지렁이의 눈이 보고 싶습니다.지렁이의 밥과 …
![고잉 고잉 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01/132114981.3.jpg)
새가 나를 오린다햇빛이 그림자를 오리듯오려낸 자리로구멍이 들어온다내가 나간다새가 나를 오린다시간이 나를 오리듯오려낸 자리로벌어진 입이 들어온다내가 그 입 밖으로 나갔다가기형아로 돌아온다다시 나간다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새가 나를 오리지 않는다벽 뒤에서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