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이기호의 짧은 소설

기사 53

구독 2

날짜선택
  • [이기호의 짧은 소설]<13>당신의 스마트폰 안에는

    [이기호의 짧은 소설]<13>당신의 스마트폰 안에는

    살다 보면 별의별 황당한 일들을 다 겪는다고 하지만, 거 참, 내가 이렇게 지하철 수사대에 끌려오게 될지, 그래서 철제 책상을 사이에 두고 팔 대 이 가르마를 탄 사십 대 초반의 경찰과 마주앉게 될지, 단 한 번이라도, 상상으로라도 가정해본 적은 없었다. 이게 뭔가? 나는 계속 헛웃음…

    • 2014-07-02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소설]<12>어느 가수 이야기

    [이기호의 짧은소설]<12>어느 가수 이야기

    나한텐 두 살 터울의 고종사촌형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이 형이 어렸을 땐 나한텐 참 아픈 존재였거든. 그도 그럴 것이 이 형네 집은, 그러니까 우리 고모부 집은 우리 사는 작은 도시 한복판에서 커다랗게 약국을 했거든. ‘다복약국’ 집 외아들하면 우리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 2014-06-18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소설]<11>미드나잇 하이웨이

    [이기호의 짧은소설]<11>미드나잇 하이웨이

    그래, 아버지 산소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여기가, 여기가 오히려 더 적당하다. 나는 깜빡이를 넣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새벽 세 시 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신탄진 방면 ‘졸음 쉼터’엔 정차한 트럭 한 대,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성의 없이 만든 나무 모형…

    • 2014-06-05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소설]<10>아파트먼트 셰르파

    [이기호의 짧은소설]<10>아파트먼트 셰르파

    이번엔 십칠 층이었다. 한 층에 계단이 열아홉 개씩 있으니까 십칠 층이면 삼백이십 개가 넘는 계단이었다. 이제 진짜 이놈의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그런 생각으로 나는 가게 문을 나섰다. 오늘만 벌써 아홉 번째 배달이었다. 다리가 저절로 후들거…

    • 2014-05-21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9>아버지의 농사법

    [이기호의 짧은 소설]<9>아버지의 농사법

    구청에서 삼십 년 가까이 근무한 그의 아버지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한 것은 재작년 구정 무렵의 일이었다. 수영 교실이다, 문화센터 노래 교실이다, 서울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바빴던 그의 어머니는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끝끝내 아버지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황혼 이혼을 할 수도 …

    • 2014-05-07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8>침대

    [이기호의 짧은 소설]<8>침대

    침대가 배송된 건 월요일 오전 열한 시 무렵의 일이었다. 배송 직원은 두 시간 전 전화를 걸어왔다. “배송지가 대학교로 돼 있던데… 여기가 맞는 건가요?” “네. 제 연구실에 놓고 쓸 침대입니다.” 그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한 사립대학교…

    • 2014-04-23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7>벚꽃 흩날리는 이유는

    [이기호의 짧은 소설]<7>벚꽃 흩날리는 이유는

    벽천 경찰서 강력 2팀 소속 최 형사는 자신의 책상 앞 철제 의자에 앉은 남자를 찬찬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사월 초순의 목요일 오후였다. 다른 강력팀 소속 형사들은 탐문수사나 DNA 샘플을 채취하러 나간 상태였고, 사무실엔 그와, 강력 1팀 소속 박 형사만 남…

    • 2014-04-09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6>출마하는 친구에게

    [이기호의 짧은 소설]<6>출마하는 친구에게

    내 친구 진만이에게. 전화를 할까,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편지를 쓴다. 너도 이미 눈치 채고 있겠지만… 그래 진만아, 우리 친구들 모두 지금 네 전화를 피하고 있는 게 맞아. 네 문자가 오면 확인도 안 하고 지워버리기 일쑤고, 심지어는 수신 거부 해놓은 친구…

    • 2014-03-26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5>안흥리 조기축구회

    [이기호의 짧은 소설]<5>안흥리 조기축구회

    강원도 P읍에서 송아지도 기르고 포도도 재배하는 친구 상필이가, 초겨울이 되고부터는 사흘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야, 한번 내려와야지. 못 본 지 벌써 몇 해야?” 가만가만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햇수로 사 년쯤 된 듯싶다. 고교 때부터 어울렸던 몇몇 친구들과 …

    • 2014-03-12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4>어느 대리기사 이야기

    [이기호의 짧은 소설]<4>어느 대리기사 이야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꼬박꼬박 술을 마시는 김상국 씨는, 또 그만큼 많은 횟수의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다. 그런 김상국 씨가 지난주에 만난 육십 대 중반의 한 대리기사는 양복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사람을 긴장시키는, 흡사 ‘교장 선생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 2014-02-26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3>기도를 합시다

    [이기호의 짧은 소설]<3>기도를 합시다

    그는 벽시계를 한 번 바라본 뒤, 점퍼를 챙겨 입었다. 새벽 네 시를 막 넘어서고 있는 시간, 창밖으론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는 짧게 마른세수를 한 번 한 후, 욕실문 손잡이에 묶여 있던 개 줄을 풀어냈다. 그는 그 줄을 손목에 휘감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제 …

    • 2014-02-12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2>그녀와 마주한 어느 오후

    [이기호의 짧은 소설]<2>그녀와 마주한 어느 오후

    그가 여자와 단둘이 만나는 것은 거의 십 년 만의 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던가, 고등학교 동창이 주선한 소개팅에 나간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뒤로 마주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한 여자는 올해 환갑을 맞은 그의 어머니가 유일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로 이런 이야기…

    • 2014-01-29
    • 좋아요
    • 코멘트
  • [이기호의 짧은 소설]<1>한밤의 뜀박질

    [이기호의 짧은 소설]<1>한밤의 뜀박질

    약한 모습 보여선 안 돼. 1302호 초인종을 누르면서 민수는 다시 한 번 속으로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쉽게 진정되질 않았다. 술을 마신 사람처럼 얼굴까지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별일 없을 거야. 나는 정당한 항의를 하는 거라고. 민수는 호흡을 내쉬면서 재차 초인종을 길…

    • 2014-01-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