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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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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7>비치보이스

    [이기호의 짧은 소설]<37>비치보이스

    우리도 해수욕장에나 놀러 갈까? 춘길이가 처음 그렇게 말했을 때 그냥 먼 산이나 바라보면서 하품이나 하고 넘어갈걸…. 왜 그랬을까? 왜 나나 덕진이나 그 말에 그렇게 쉽게 혹하고 넘어가고 만 것일까? 아마도 춘길이가 했던 그다음 말, 그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해수욕도 막 하고…

    • 20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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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6>선풍기

    [이기호의 짧은 소설]<36>선풍기

    “너 K 형 기억나?” “K 형? 아, 그 우리 단과대 학생회장 하던 형.” “그래, 맞아. 그 형…. 그 형 얘기 우리 많이 했었잖아?” “그게 벌써 몇 년 전 얘기야. 이십 년도 훨씬 전 얘기잖아.” “한 이십오 년 됐나? 근데 내가 얼마 전에 우연히 그 형을 만났다…

    •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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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5>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이기호의 짧은 소설]<35>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새벽 세 시, 그는 방에서 혼자 케이블TV를 보다가 또띠아(tortilla) 토스트를 해먹을 결심을 했다. 사실, 그건 그로선 놀라운 변화였다. 무엇을 해먹을 생각을 한다는 것, 아니, 무언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결심을 한 건, 거의 이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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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소설]<34>비행기 안에서

    [이기호의 짧은소설]<34>비행기 안에서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안개처럼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는 기침 입자, 몸을 뒤척일 때마다 수시로 그의 팔꿈치에 와 닿는 손등…. 그는 담요를 이마 바로 아래까지 덮고 있다가 좌석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 비행기, 그는 스튜어디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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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소설]<33>아비의 꿈

    [이기호의 짧은소설]<33>아비의 꿈

    이제 시작인 건가. 전라도 장흥에서 광주행 시외버스에 올라탄 기준 씨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그의 옆 좌석에는 반팔 티셔츠에 학교 추리닝 하의를 입은 열 살 먹은 아들이 앉아 있었다. 아들은, 간만에 타는 시외버스가 마냥 신기한지 창문에 이마를 대고 앉아 있었다. 목덜미가 …

    •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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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소설]<32>5월 8일생

    [이기호의 짧은소설]<32>5월 8일생

    하나밖에 없는 우리 형은 애꿎게도 1981년 5월 8일 태어났는데, 거 참, 태어날 날을 스스로 정할 수도 없고, 개명하듯 생년월일을 바꿀 수도 없는 탓에, 해마다 생일에 자기 돈 내고 카네이션 사는 일을 근 삼십 년 가까이 해와야만 했다. 형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생일과 어린이…

    •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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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1>도망자

    [이기호의 짧은 소설]<31>도망자

    처음 그는 잠깐 몸만 피할 생각이었다. 산속에서, 움푹 들어간 구덩이에 침낭을 깔면서 그는 오늘이 며칠째인가, 떠올려 보았다. 나흘째였다. 나흘. 그 시간 동안 그는 온전히 산속에서 노숙을 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동안 비는 오지 않았다. 그는 침낭 속에 들어가 눈을 감은 채, …

    •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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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0>불 켜지는 순간들

    [이기호의 짧은 소설]<30>불 켜지는 순간들

    이승을 떠나 저승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몸엔 이상한 열기 같은 것이 맴돌았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자 모종의 기대감 같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죽던 그 섬광 같은 순간, 살아온 쉰일곱 해의 모든 시간들이 눈앞에 차르르르, 영사기 돌아가듯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스물여덟 나이에 고등…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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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9>웃는 신부

    [이기호의 짧은 소설]<29>웃는 신부

    신부는 큭큭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좀 난감한 심정이 되어 버렸다. 대학 친구 재만이가 마흔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장가를 간다기에, 그것도 열한 살이나 어린 신부를 맞이한다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사회를 보겠다고 나섰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러니까…

    •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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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8>봄비

    [이기호의 짧은 소설]<28>봄비

    그는 노모를 업은 채 좁다란 논두렁길을 걷고 있었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산은 그의 목과 어깨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마을회관 앞 공터까지 가려면 꼼짝없이 그 상태 그대로 논두렁길 끝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구두와 양복바지 밑단은 …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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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7>지방에서 산다는 것은

    [이기호의 짧은 소설]<27>지방에서 산다는 것은

    인구 10만이 안 되는 K시 지역 농협에서 근무하는 영호 씨는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재킷을 걸쳐 입고,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자동차 키를 집어 들었다. “네가 앞장서!” 영호 씨는 거실 소파에 죄인처럼 앉아 있던 아들에게 말했다. 이제 …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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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6>송유관 절도 미수 사건

    [이기호의 짧은 소설]<26>송유관 절도 미수 사건

    정식과 만호가 땅굴을 파 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보름 전의 일이었다. 밤 여덟 시부터 시작해 새벽 네 시까지, 오직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폭 일 미터, 높이 일 미터 오십 센티미터 크기의 땅굴을 파 내려간 것이었다. 땅굴이 무너지지 않게 천장과 양 벽엔 버팀목을 세웠고, 파 낸 흙은 마…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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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5>김 과장의 연말정산

    [이기호의 짧은 소설]<25>김 과장의 연말정산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시즌이니만큼 오늘 소설의 주인공은 C상사 홍보부에 근무하는 김진성 과장 되겠습니다. 자, 그럼 김 과장의 연말정산을 한번 따라가 볼까요? 제일 먼저 김 과장의 연간 급여 총액이 얼마인지 살펴봐야겠지요? 5300만 원이네요. 연봉이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지요. 올…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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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4>최후의 흡연자

    [이기호의 짧은 소설]<24>최후의 흡연자

    돈이 많냐고요? 하긴, 그런 질문도 수없이 받아 왔습니다. 이제 담배라는 게 지속적으로 피우긴 좀 어렵지 않습니까? 지금 담배 1갑이 얼마인가요? 그렇죠, 1갑에 25만 원이 맞죠? 제조공장도 대부분 문 닫고, 그냥 상징적으로 한 제품만 나오고… 그것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네요,…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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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4>최후의 흡연자

    돈이 많냐고요? 하긴, 그런 질문도 수없이 받아 왔습니다. 이제 담배라는 게 지속적으로 피우긴 좀 어렵지 않습니까? 지금 담배 1갑이 얼마인가요? 그렇죠, 1갑에 25만 원이 맞죠? 제조공장도 대부분 문 닫고, 그냥 상징적으로 한 제품만 나오고… 그것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네요,…

    •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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