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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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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60>강천산에 갈라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60>강천산에 갈라네

    강천산에 갈라네 ―김용택(1948∼ ) 유월이 오면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갈라네 때동나무 하얀 꽃들이 작은 초롱불처럼 불을 밝히면 환한 때동나무 아래 나는 들라네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가면 산딸나무 꽃도 있다네 아, 푸르른 잎사귀들이여 그 푸르른 잎사귀 위에 층층이 …

    • 20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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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9>독(毒)을 차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9>독(毒)을 차고

    ‘김영랑 시집’(범우)에 실린 시인 연보를 훑어보다가 ‘1926년 장녀 애로(愛露) 출생’에서 입 끝이 빙긋 올라갔다.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딸 이름을 정성껏 짓는다면, 요조하고 현숙한 여인을 기원하는 마음이나 인생의 심원한 뜻을 담던 시절에 ‘애로(사랑의 이슬)’라니! 세상 눈치 …

    •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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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8>주사위 던지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8>주사위 던지기

    주사위 던지기 ―신해욱(1974∼) 주사위의 내부에는 반듯한 모서리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아, 이런 방에서 하녀로 일하며 정성스레 걸레질을 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어. 동생의 그릇은 너무 아름다워서 물밖에 담을 수가 없고 나의 사념은 산성액에 녹아 기포가 되어 올라오고 모서리는…

    •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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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7>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7>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길상호(1973∼ ) 삼성시장 골목 끝 지하도 너는 웅크리고 누워 있었지 장도리로 빼낸 못처럼 구부러진 등에 녹이 슬어도 가시지 않는 통증, 을 소주와 섞어 마시며 중얼거리던 누더기 사내, 네가 박혀 있던 벽은 꽃무늬가 퍽 아름다웠다고 했지 뽑히면서 흠집을 …

    •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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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6>버려진 집에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6>버려진 집에서

    버려진 집에서 ―복거일(1946∼ ) 입 다문 소설(小雪)의 하늘 돌쩌귀 하나로 걸린 문짝의 나섬, 테만 남은 물동이가 대담하게 소묘해주는 목적의 틀, 마른 풀줄기들 사이 팔 없는 펌프의 좀 어색한 단아함― 재생의 단계를 넘어선 것들의 자부심에 가까운 몸짓들 앞에선 늙어가는 목숨이…

    • 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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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5>탑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5>탑

    탑 ―박영근 (1958∼2006) 저 탑이 왜 이리 간절할까 내리는 어스름에 산도 멀어지고 대낮의 푸른빛도 나무도 사라지고 수백 년 시간을 거슬러 무너져가는 몸으로 천지간에 아슬히 살아남아 저 탑이 왜 이리 나를 부를까 사방 어둠 속 홀로 서성이는데 이내 탑마저 지워지고 나만…

    •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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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254>개와 고양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254>개와 고양이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시집 ‘제비꽃 설탕절임’에서 옮겼다. 제목처럼 달콤하고 진한 보랏빛 감성을 자유분방한 성격의 화자가 발랄하게 펼치는 시집인데, 어떤 시는 유부녀가 이리 내밀한 사연을 드러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다. 그런데 농밀한 시에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시인의…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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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3>그림자라는 고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3>그림자라는 고도

    그림자라는 고도 ―신영배(1972∼) 그림자를 기다린다 나무 밑이다 그림자의 방향을 본다 바람이다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는다 어깨가 들어간다 머리통이 들어간다 불룩하다 그림자의 소리를 듣는다 비다 그림자의 색깔을 본다 불이다 주머니 속으로 발을 넣는다 다리가 들어간다 골반…

    •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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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2>장독 하나 묻어 두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2>장독 하나 묻어 두고

    화자는 젊은 주부일 테다. 어쩌면 늙은 어머니가 담가 보냈을 그의 집 고추장이 냉장고에 있을 테다. 장독 항아리 같은 건 까마득히 잊고 살았을 화자가 화분 몇 개 놓여 있을 베란다에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푸른 잎 사이에서 소리 없이 앵두가 익어가던/장독대의 봄날’을…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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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1>약초 캐는 사람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1>약초 캐는 사람

    약초 캐는 사람 ―이동훈(1970∼ ) 언젠가 일 없는 봄이 오면 약초 캐는 산사람을 따라가려 해. 짐승이 다니는 길로만 가는 그를 안간힘으로 따라붙으면 물가 너럭바위 어디쯤 쉬어가겠지. 버섯이나 풀뿌리 얼마큼을 섞어 근기 있는 라면으로 배를 불리면 마른 노래 한 소절이라도 읊게 …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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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0>장지동 버스 종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0>장지동 버스 종점

    장지동 버스 종점 ―최호일(1958∼ ) 버스를 잘못 내렸네 장지동은 모르는 곳 입이 없고 커다란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내 몸에 모르는 물건을 놓고 나간 듯 신열이 나고 개망초 꽃이 보였네 탁자가 있고 낡은 시간이 놓여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머리칼이 하얀 남자가 상점에…

    •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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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9>때까치 그리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9>때까치 그리기

    때까치 그리기 ―양해기(1966∼ ) 때까치 한 마리가 내 손끝에서 저항하며 길길이 날뛴다 고개를 비틀며 벗어나려 애쓰다 부리로 내 손을 쪼아대기 시작한다 까치는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까치의 흰색 죽지까지 강제로 비틀어 도화지 속에 구겨 넣었다 결국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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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8>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8>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도 가혹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먹먹하고 먹먹하기만 하고,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4월의 시인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의 한 구절을 되뇌어본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 선생님, 껍데기만 남고 4월은 가네요.…

    •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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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7>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7>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강해림(1954∼ ) 산 입구 천막식당에 중년의 남녀가 들어선다 가만 보니 둘 다 장님이다 남자는 찬 없이 국수만 후루룩 말아 먹곤 연거푸 소주잔을 비워대는데 여자는 찬그릇을 더듬어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젓가락을 든다 그릇과 그릇 사이 얼마나 많은 허방다…

    •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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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6>봄비 한 주머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6>봄비 한 주머니

    새해를 맞은 게 얼마 전 같은데 ‘올해도 4월!’ 벌써 한 해의 3분의 1을 써버렸다. 이럴 수가!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어영부영하지 말고 매 순간을 생생히 살아야지. 생(生)이 피처럼 내 ‘몸 구석구석 속속들이’ 돌게 해야지! 4월의 어느 하루, 화자는 헌혈을…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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