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2년간 10개국 HEU 900kg 폐기… 34개국 핵협약 새로 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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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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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급 54명 업무 만찬… ‘성적표’도 공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앞서 참가국 정상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앞서 참가국 정상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핵테러 방지를 통한 세계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 정상급 인사 50여 명이 26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공식 개막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공식 환영행사에 이어 곧바로 만찬을 병행한 실무적 논의에 들어갔다.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1차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2년간 성과를 발표하고 상호 평가했다. 8개 국가가 모두 400kg에 이르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폐기했다고 밝히는 등 핵안보 증진을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각국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 뒤죽박죽된 정상들의 입장

레드카펫이 깔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의 리셉션장. 53개 참가국의 국기와 4개 국제기구의 깃발들이 늘어선 한쪽 벽면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차례로 입장하는 정상급 53명을 일일이 맞았다. 스페인, 일본, 우크라이나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한국 도착이 늦어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반가운 표정으로 정상들과 악수를 하거나 양쪽 뺨에 입을 맞추며 “친구여, 환영합니다(Welcome, my friend)” 같은 인사말을 건넸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과는 잠시 환담을 나누며 특별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상급 인사들이 차례로 입장해 모두 인사를 마치는 데는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의전 서열이 가장 낮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로널드 노블 사무총장이 역순으로 가장 먼저 입장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맨 마지막에 들어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오바마 대통령 직전에 입장했다.

국제관례상 의전 서열과 정상들의 요청 등에 맞춰 사전에 정해졌던 입장 순서는 상당 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의전 서열 1순위였던 요르단의 압둘라 이븐 후세인 국왕도 피날레를 장식할 기회를 놓친 채 미리 리셉션장에 들어갔다.

양자회담 등 다른 일정을 진행하고 있던 정상들이 시간을 맞추지 못했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는 후반부에 입장하려고 신경전을 벌인 정상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리셉션의 진행이 중간에 띄엄띄엄 끊겼고, 입구에서 영접 준비를 하던 이 대통령이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서성거리는 장면이 잇달아 연출되기도 했다.

○ ‘한국의 봄’을 주제로 한 메뉴

아보카도와 토마토 샐러드, 아스파라거스 수프, 한우 안심스테이크. ‘한국의 봄’을 주제로 전국 곳곳의 제철 유기농 식자재가 사용된 양식이 이날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업무를 겸한 식사라는 점을 고려해 원활한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코스를 4가지로 압축했다.

업무 만찬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테이블도 원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배치했다. 한 줄에 평균 15명의 정상이 앉았다. 한가운데 의장석에 자리 잡은 이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후세인 요르단 국왕, 왼쪽에는 23년째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지켜 의전 서열 2순위인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앉았다.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 만찬을 준비한 전문 케이터링 인력들은 음식이 나오는 순서와 동선 시나리오에 따라 수차례 서빙 연습을 했다고 한다. 정상들의 기호에 맞춰 맞춤형 코스를 준비했고 요리도 수차례 자문단의 시식 평가를 거쳤다. 한 시간 반가량의 업무 만찬에서 정상들의 1인당 발언시간은 5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건배 제의와 함께 한 모두발언에서 “(참석자 모두가) 최대한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발언시간을 조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2년간의 성과

이날 만찬에서는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등 모두 13개국의 정상이 자국의 2년간 핵안보 관련 이행 성과를 발표했다. 핵안보를 위해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 전에 중간평가부터 한 셈이다.

의장국인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에 이행보고서를 A4용지 1, 2장 분량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정상들의 성과 보고는 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성과 보고를 종합하면 그동안 20개국이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을 비준했고 14개국이 핵테러억제협약을 비준했다. 핵안보 교육훈련센터를 새로 짓기로 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이다.

무엇보다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핵물질 감축과 핵시설의 평화적 전환이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모두 8개국이 400kg에 이르는 HEU를 러시아와 미국에 반환하거나 폐기했다. 2년 전 모든 핵물질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던 우크라이나는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폐기 완료’를 선언해 다시 박수를 받았다. 폴란드와 벨라루스는 1차 정상회의 공약사항이 아니었음에도 각각 450kg과 84kg의 HEU를 추가로 폐기하기도 했다.

민수용으로 쓰게 될 HEU 700kg은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됐다. 멕시코와 베트남은 HEU를 원료로 하는 원자로를 LEU용으로 전환했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냉전시절 핵폭탄용 플루토늄 생산에 쓰던 원자로를 아예 폐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성과#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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