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취임후 판사들 ‘튀는 판결’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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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수 급증한 것도 주요 원인
해마다 100명 넘게 쏟아져
이념적 성향 드러내는 사례도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을 놓고 ‘튀는 판결’이 끼치는 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내부의 이념적 성향이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사법연수원생 1000명 시대’의 다양성이 빚은 경향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시민단체는 강 대표의 무죄 판결에 대해 “일부 법관의 정치성과 편향적 행태가 우려할 수준”이라며 “이념 성향이 강해진 법조계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법원장의 측근들이 창립멤버로 있는 진보 성향의 법관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최근 튀는 판결을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일부 운동권 출신 법관들이 ‘판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이념 성향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튀는 판결이 이 대법원장 취임 이후 달라진 재판 환경에서 요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 이후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리고 법정에서 제출된 증거로 생생한 판결을 하라”고 주문해왔다.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에 절차상의 하자가 있을 때에는 유죄의 심증이 있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오는 사례가 늘어난 것.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튀는 판결의 배후에는 법원과 검찰의 법리적 갈등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법관이 급증한 것도 튀는 판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004년 사법연수원 수료생 1000명 시대가 열리면서 최근에는 경력 법관까지 매년 100명이 넘는 신규 법관이 법원에 들어오고 있다. 그만큼 법관마다 경력과 성향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는 얘기다.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부 내의 종적, 횡적 소통이 약화되면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재판사건이 폭증하고 있는 데 반해 법원 내부의 소통은 오히려 어려워지면서 법관들 사이에 사회상규에 맞는 합리적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의 정도가 느슨해졌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개별 법관의 독립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어서 대법원 수뇌부는 물론이고 일선 법원장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를 꺼린다는 게 지금의 사법부 내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동연 판사는 운동권 전력이 없는 데다 오히려 보수적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튀는 판결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단순히 이념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개별 판사의 재판경험 차이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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