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라인 EPB 지고 모피아 뜨고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EPB는 가고 모피아가 온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할 기획재정부 장관과 1차관 자리를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잇달아 차지하면서 관가에 ‘모피아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피아란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모프(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합한 말.

노무현 정부 때는 EPB(Economic Planning Board·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많이 맡았다.

노무현 정부 임기 후반의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EPB 출신이었고 직전 부총리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EPB 예산국에서 사무관을 지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된 박병원 전 재경부 1차관,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과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거친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등도 EPB 출신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부분 EPB 출신들의 손에서 조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재무부 출신 중 지난 정부의 재경부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김석동 1차관 정도.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재무부 출신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1차관이 부처의 1, 2인자가 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하고 있다. 당정 협의 파트너인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마저 재무부 이재과장 출신이다.

이미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신제윤 국제금융국장, 최규연 대변인, 최상목 금융정책과장, 최희남 국제금융과장 등 재무부 출신들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피아의 득세로 경제 정책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PB 출신은 지표로 나타나는 거시경제 안정을 중시하는 데 비해 모피아 출신은 현장의 미시적 현상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 차관은 재경부 재직 당시 환율에 강력히 개입한 전례에 비춰 외환뿐 아니라 통화신용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EPB 문화에 비해 “정부 개입으로 시장 실패를 예방해야 한다”는 쪽인 모피아들의 특성이 규제 완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