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3일 미국의 민간 외교정책단체인 국제문제협의회(WAC) 초청 오찬 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과 다른 시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을 믿기 어렵겠지만 믿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고, 대화가 안 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 요지다. 대북 무력공격은 물론 봉쇄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첫 방미 때는 진보 진영으로부터 ‘대미 굴종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미국과 ‘코드 맞추기’에 치중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3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만찬 연설에서 “5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간 뒤 외환위기를 극복했듯이 나도 이번에 미국을 다녀가면 북핵과 경제 위기가 극복되리라 믿고 희망을 가지고 왔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연설에서 나온 ‘미국이 53년 전 6·25전쟁 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언은 국내적으로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13일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는 북한보다는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5월 방미 때와 13일 북한 관련 발언 비교 | ||
날짜(한국 시간) | 2003년 5월 13일 | 2004년 11월 13일 |
장소 |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만찬연설 (뉴욕) | ‘국제관계협의회(WAC)’ 초청 오찬연설 (로스앤젤레스) |
북한 핵 |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 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는 길 을 선택할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필 요한 지원과 협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결국 북핵 문제는 북한에 안전을 보장 하고 개혁 개방을 통해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냐, 아 니냐의 결단에 달려 있다. |
한미의 대북 인식 |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 돼야 하며, 또 대화로써 해결될 것이 다. 한미 양국은 이런 공동의 인식과 원칙 아래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 |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 제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상 황에 비춰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
북한 체제와 미국 | -만약 53년 전(6·25전쟁 때) 미국 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 는 지금쯤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북한은 1987년 이후 테러를 자행하거 나 지원한 일이 없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이 빠르게 진행되 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외부 위협에 강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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