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식 회장 “인슐린 주사 놨더니 마약경찰 출동한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2월 출범 당뇨환우聯 염동식 회장

출범을 앞둔 한국당뇨환우연합회 염동식 회장이 혈당측정기를 들어보이며 당뇨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출범을 앞둔 한국당뇨환우연합회 염동식 회장이 혈당측정기를 들어보이며 당뇨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그 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몰라요. 인슐린 주사만 해도 그래요.”

봇물이 터졌다. 당뇨병 환자라서 감수해야 했던 사회의 차별적 시선과, 그로 인해 갖게 되는 위축감과 극단의 스트레스…. 다음 달 8일 출범을 앞둔 한국당뇨환우연합회의 염동식 회장(43)이 작심한 듯 말했다.

“얼마 전 한 회원이 겪은 일입니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인슐린 주사를 놓았어요. 행인이 그 광경을 보고는 경찰에 마약사범이라며 신고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우린 매일 겪는 일입니다.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합니다.”

염 회장은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2012년 기준으로 환자 수만 221만 명. 2008년 179만 명에서 연평균 5.5%씩 증가하고 있다. 30대 환자들의 발병률도 심상치 않다. 그러나 병의 경중이나 환자의 범위 등 여러 이유로 환우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염 회장이 정보 공유를 위해 2003년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당뇨와 건강’이 그 역할을 했다. 환자들의 정보 욕구가 몰리면서 회원은 몇 년 만에 8만 명으로 급증했다.

염 회장은 “병원에서 알려주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알고 싶은 세세한 정보를 물을 데가 없어 좌충우돌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다 합병증이라도 생기면 자포자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0년 가을. 염 회장이 막 서른을 넘길 즈음이었다. 갑자기 살이 빠지고 갈증이 났다. 나이 탓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 혈당측정기가 있어 재보니 공복 혈당 수치가 dL당 260mg이 나왔다. 식사 후에는 400mg으로 급등했다. 인스턴트커피를 즐기고 술과 담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던 게 원인이었을까.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혈당 널뛰기’는 계속됐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무작정 뜀박질부터 시작했다. 운동이 당뇨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히려 허리와 무릎 통증만 심해졌다. 자신처럼 말초신경 합병증이 있는 경우 뜀박질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2003년부터 당뇨일기를 썼다.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했을 때 혈당이 변하는지를 꾸준히 기록했다. 그때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밥 지을 때 함께 넣어 먹으면 혈당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돼지고기 수육도 잘만 먹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거 아세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바로 음식이라는 거. 음식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혈당에 도움이 되는 식단 말입니다. 실생활 속의 노하우가 궁금한 거죠.”

한국당뇨환우연합회는 지난해 말 서울시 산하 비영리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그 덕분에 서울시의 공모사업을 통해 교육센터를 세우고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매일 쓸 수밖에 없는 알코올 솜, 혈당체크기 같은 것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염 회장의 목표는 ‘나 혼자 당뇨가 아니다’라는 동질감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www.DangMember.kr)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혼자 하는 당뇨와의 싸움은 정말 힘듭니다. 미리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조언도 얻어가며 함께 갑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