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외국인 영웅’ 49년만에 건국훈장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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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이륭양행 경영 조지 쇼, 상하이 독립운동 몰래 지원
김구 선생 망명때도 도움줘… 호주 거주 손녀 초청 전수식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도와 독립운동에 앞장선 아일랜드인 조지 쇼 선생(왼쪽)과 그의 체포 및 수감생활을 보도한 1920년 7월 당시 동아일보 기사. 국가보훈처 제공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도와 독립운동에 앞장선 아일랜드인 조지 쇼 선생(왼쪽)과 그의 체포 및 수감생활을 보도한 1920년 7월 당시 동아일보 기사. 국가보훈처 제공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도와 독립운동에 앞장선 아일랜드인 조지 쇼 선생(1880∼1943)이 유족을 통해 49년 만에 훈장을 받는다.

국가보훈처는 선생의 손녀인 마조리 허친스 씨(65)와 증손녀 레이철 새시 씨(43) 모녀를 초청해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파인홀에서 건국훈장 독립장 전수식을 개최한다. 정부는 임시정부의 ‘숨은 영웅’으로 항일운동에 헌신한 선생에게 1963년 훈장을 추서했지만 그동안 유족을 찾지 못해 전달하지 못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10일 “지난해 11월 호주에 살고 있는 허친스 씨 모녀를 어렵게 찾아내 확인 작업을 벌였다”며 “두 사람은 올해 국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행사 참석차 11일 방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 선생은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가 1919년 국내에 비밀행정조직인 연통제를 실시하면서 비밀연락망으로 만든 교통국을 중국 단둥에서 자신이 경영하던 이륭양행 건물 2층에 설치하도록 도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신의 조국을 생각하면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적극 후원하고 나선 것이다.

그 덕분에 교통국은 임정의 독립운동 비밀기지로서 1922년까지 국내와 만주지역 독립운동단체 간 비밀통신과 임정 자금모금, 정보수집 등 항일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선생은 많은 국내 독립운동가가 일제의 추격을 따돌리고 중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 ‘1919년 봄 동지 15명과 함께 상하이로 망명할 때 이륭양행의 배편을 이용했다’고 적었다. 또 선생은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무역선으로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와 군자금 운반, 임정과 국내 조직 간 연락을 도맡았다.

미국 작가인 님 웨일스가 쓴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에도 임정 비밀군사조직 의열단이 일본인 관헌 암살과 일제 건물 폭파 의거를 위해 폭탄 20여 개를 이륭양행의 배편으로 반입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책에는 “이 회사의 지배인은 아일랜드인 테러리스트로 한국인은 ‘샤오’라고 불렀으며 그는 일본인을 영국인만큼 싫어했다”고 돼 있다.

선생은 1920년 7월 이른바 ‘오학수 사건’(국내 독립운동을 위해 오학수 등이 무기를 상하이 임정에서 이륭양행 선박으로 운반해 교통국에 보관하다 적발된 사건)에 연루돼 신의주에서 일경에 체포돼 수감됐다. 당시 동아일보는 선생의 체포와 수감생활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사건은 영국과 일본 간 외교문제로 번졌고, 선생은 1920년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몇 년 뒤 추방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선생과 이륭양행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정 활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늦게나마 유족을 통해 한국민의 감사를 전달하게 돼 뜻 깊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건국훈장#임시정부#이륭양행#조지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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