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위해 7341시간 76세 ‘봉사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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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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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종합복지관 허륵 씨 지금도 매일 건강돌보미 활동

“출석 한 번 부를게요. 이옥례 할머니 오셨고, 정 할머니는 어디 계시나?”

서울 강북구 수유5동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체력증진실에 출석을 부르는 허륵 씨(76·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동을 해야 하는 노인이 왔는지 확인하고 나서 허 씨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운동기구를 어떻게 조작할지 일러주기 시작했다. 땀범벅이 된 사이클 운동기구도 틈틈이 걸레로 훔쳐낸다.

허 씨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인정하는 ‘봉사 여왕’이다. 2004년 5월부터 협의회가 기록한 공식적인 봉사시간만 해도 7341시간. 날짜로는 1334일이다. “복지관을 처음 찾은 때가 2002년인 점을 감안하면 1만 시간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고 허 씨는 설명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남을 도울 수 있을 줄 몰랐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싫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친척의 “봉사활동이라도 하면서 좀 나가보면 어떨까”라는 말 한마디가 계기였다. 복지관에서 홀몸노인에게 나물 봉지를 몇 개 나눠준 게 처음이었다. 지금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건강돌보미’ 역할을 한다.

허 씨는 사진촬영을 극구 사양했다. “봉사활동을 한 지 석 달 만에 내 몸이 건강해졌어요. 덕 본 사람이 전데, 제가 무슨 본보기라고….”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허 씨처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남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6월 기준으로 500만 명을 넘었다. 국민 10명 중 1명은 자원봉사의 ‘단맛’을 본 셈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난해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했던 153만1268명을 분석한 결과 10대 이하가 70만4095명이었다. 20대(25만5346명), 40대(19만2110명)가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7만5889명)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50대 이상이 은퇴를 하고 봉사를 많이 할 것 같지만 자녀 결혼과 본인 생업종사 때문에 봉사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경제적 여유가 되는 쪽은 등산 등 취미생활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자원봉사#강북종합복지관#허륵#건강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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