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는 화랑정신으로 민족 일깨운 선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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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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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동리의 친형 김정설 선생 재조명 활기
서정주-김지하 시인 “한국 최고의 천재” 평가

미당 서정주(1915∼2000)는 스승으로 모셨던 범부 김정설(1897∼1966·사진)이 1966년 12월 간암으로 타계하자 ‘신라의 제주(祭主)’라는 제목의 애도시에서 그를 ‘하늘 밑에서는 제일로 밝던 머리’라고 평가했다. 김지하 시인(68)은 범부를 가리켜 “현대 한국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이후 제3의 휴머니즘으로 기존의 접근과 다르게 양자의 장점을 키워 ‘한국학’을 추구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 문인들에게서 극찬을 받는 범부는 누구일까. 범부는 소설가 김동리(본명 시종, 1913∼1995)의 친형이다. ‘시종’과 ‘동리’라는 이름을 지어줬으며, 김동리가 문학의 길을 걸으며 추구한 작품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화랑외사’ 같은 저술을 통해 신라와 화랑정신으로 민족의 활로를 고민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범부의 삶을 조명하는 연구가 돛을 올렸다. 24, 25일 영남대에서 범부연구회와 경북도, 경주시가 함께 마련한 ‘신라-경주-화랑정신 발굴의 선각자 범부 김정설’ 세미나에는 범부를 연구하는 학자와 그의 친인척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조선 전기 대유학자였던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의 후손인 선산 김씨 대종회 김호용 회장(67), 범부의 사위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72)와 딸 을영 씨(72), 외손자인 김정근 부산대 명예교수(71)도 참석했다. 김동리의 아들인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4)은 개인적으로 이 행사를 후원했다.
범부 김정설 선생 세미나를 개최한 범부연구회 최재목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선산김씨 대종회 김호용 회장(네 번째). 왼쪽부터 박대성 화백(첫 번째), 다솔사 혜운 주지 스님(여섯 번째), 사위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일곱 번째), 외손자 김정근 부산대 명예교수(오른쪽). 대구=이권효 기자
범부 김정설 선생 세미나를 개최한 범부연구회 최재목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선산김씨 대종회 김호용 회장(네 번째). 왼쪽부터 박대성 화백(첫 번째), 다솔사 혜운 주지 스님(여섯 번째), 사위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일곱 번째), 외손자 김정근 부산대 명예교수(오른쪽). 대구=이권효 기자

김지하 시인이 “동리의 배후에 있는 김범부라는 사람을 잘 봐야 한다”고 한 것처럼 범부 없는 동리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사람은 특별했다. 김정근 교수는 “범부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따른 사람이 동리였다”며 “이들이 점필재의 직계 후손이라는 점과 범부의 할아버지가 동학을 일으킨 수운 최제우와 친구였다는 점도 두 사람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리의 첫 소설이 ‘화랑의 후예’였다는 점이나 그가 경남 사천에 있는 신라시대 사찰인 다솔사에서 ‘등신불’을 썼던 점 등은 모두 범부와 연결된다. 범부는 38세 때 다솔사에 머물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1년간 옥고를 치렀다. 다솔사는 만해 한용운이 머물며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던 곳이다.

범부연구회는 지난해 ‘범부 김정설 연구’라는 책을 펴낸 데 이어 최근 범부의 단편을 모은 ‘김정설 단편선’을 출간했다. 범부연구회장인 최재목 영남대 교수(48·동양철학)는 “범부 사후 40여 년 동안 그의 활동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거의 없었다”며 “일제강점기 역사의 한 단면을 재평가하는 차원에서도 범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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