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1주년 맞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최병일사무총장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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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지향하는 바에 따라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을 수도,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에 있든 ‘비판적 감시자’라는 본연의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12일 창립 1주년을 맞는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최병일(崔炳鎰·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사진)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와 정부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최 총장은 “참여정부는 그 이름과 달리 일부 시민단체의 참여만을 허용하고 있다. 시장을 통한 문제해결이나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는 인수위 참여나 논의 과정에서 요청조차 받지 못하는 등 소외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지적이 단순히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자’의 불만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최 총장은 “진정한 국민통합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나머지 절반의 의견이 조화롭게 반영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새 정부가 출범 전후 보여준 모습은 이 같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는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최 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사회 발전에 시민단체가 기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제 정의와 분배 문제, 정치 개혁 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싫어하는 문제를 쟁점화했고, 사회 전반적인 의식 수준을 높이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이념적 편향성과 급진적인 방법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특정 대상을 목표로 삼아 공격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간주해 반개혁, 반통일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실수를 했는데도 침묵을 지켜온 것 역시 비판받아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은 대북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 차별을 둔 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시민단체는 없었습니다.”

시민회의는 지난해 3월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만연된 포퓰리즘의 폐해를 지적하는 한편 이를 청산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립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최 총장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시민단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경쟁할 때 민주주의가 성숙하며 궁극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회의는 지난 1년간 탈북자 지원 정책, 청소년 문화 육성, 새 정부의 여성 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각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근에는 검찰의 대북 비밀송금 사건 수사유보결정이 위헌인지를 따져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시민회의는 12일 오후 3시반 창립 1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시민운동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한 심포지엄과 함께 새 정부의 개혁 과제를 정리한 책자 발간을 위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공동대표는 김석준(金錫俊)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김진현(金鎭炫)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태련(金泰蓮)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봉두완(奉斗玩)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석종현((石琮顯) 단국대 법학과 교수, 송복(宋復) 연세대 초빙교수,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신용하(愼鏞廈)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유세희(柳世熙) 한양대 부총장,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부총장, 이군현(李君賢) 한국교총회장 등 11명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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