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주의료원 폐업 최선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경남도가 103년 역사의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끝내 폐업했다. 경남도가 밝힌 폐업 결정 이유는 누적적자와 강성노조다. 이 병원은 매년 4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해 누적 부채가 300억 원에 이른다. 5년쯤 지나면 자본금이 바닥날 상황이다. 경남도와 도의회는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을 거듭 요구했지만 의료원 노동조합은 소극적이었다. “진주 권역의 의료서비스가 공급 과잉인 데다 2월부터 민간병원도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해 굳이 진주의료원이 필요 없게 됐다”는 게 경남도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는 “적자는 경남도가 2008년 병원을 신축 이전하면서 22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겼기 때문”이라며 “2008년 이후 임금이 동결돼 귀족노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한다. 청와대와 국회, 보건복지부가 나서 ‘폐쇄 외의 다른 방안을 찾으라’고 요청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의 완강한 뜻을 꺾지 못했다. 야권에서는 ‘보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홍 지사의 정치적 포석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적자가 나기 쉽다. 과잉진료를 자제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비보험 진료 비율이 낮으며,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비를 아주 싸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전국 39개 지역거점 공공병원 가운데 2011년에 의료 수익만 따져 이익을 낸 곳은 김천의료원 하나뿐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방의료원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를 공약하고 출범했지만 ‘제2, 제3의 진주의료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폐업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역시 경영이 악화하면서 2007년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폐업을 추진하는 대신 노조에 ‘민간병원 수준의 경쟁력 강화’를 요구했고 노조는 임금 동결과 경영혁신으로 화답했다. 적자가 눈에 띄게 줄고 환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강원의료원도 비슷한 노력에 힘입어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

공공의료원이라고 마냥 ‘철밥통’일 수는 없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구(自救) 의지가 박약한데도 계속 유지시켜 줄 순 없는 일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더라도 노인 요양, 극빈환자 수용 등 사회안전망 기능은 어떤 형태로든 유지돼야 한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누적 부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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