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선 룰 대립’ 새누리당 친박-비박 머리 맞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갈등이 출구(出口)를 못 찾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당헌상 8월 21일까지 마치도록 돼 있는 경선 시기를 늦추자고 한목소리를 낸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흔들기’ 의도를 깔고 비박 주자들을 응원하는 형국이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무시 전략만으로 꼬인 실타래가 풀릴 상황은 아니다.

비박 측은 완전국민경선제가 국민의 정치참여 욕구를 소화하고 경선 흥행을 북돋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친박(親朴) 측은 이 제도가 쉬운 상대를 고르려는 야권 및 야당 지지세력의 역(逆)선택, 당 후보 배출을 정당이 책임지는 정당민주주의 훼손, 조직 동원과 부정경선 시비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견해다.

완전국민경선제는 미국식 제도지만 미국도 주(州)마다, 정당마다 실시 분포가 대체로 반반 정도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선 말이 좋아 완전국민경선이지, 야당의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를 보면 실제로는 전체 유권자의 1%가 될까 말까 한 몇십만 명 정도가 참여했다. 국민적 신망과는 달리 조직 동원력에 의해 경선 승패가 뒤바뀔 소지마저 있다. 1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10여만 명의 회원을 둔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과 문성근 씨가 이끈 단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이른바 국민경선의 함정을 잘 보여준다. 경선에 모바일 투표를 허용한다면 세대별 편향에 따른 민의(民意) 왜곡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가하면 말 그대로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후보 선택권을 주는 전면적 국민경선을 할 경우 사실상 대통령 선거를 두 번 치르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문제점엔 눈감고 ‘완전’ ‘국민’ 같은 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의 모순은 걷어내야 한다. 새누리당의 현행 경선 룰은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전체 선거인단 수는 1997년 대선 때 1만 명이던 것이 2007년 대선 때는 18만 명으로 늘었다. 여론조사까지 합치면 지금도 국민의 의사가 50% 반영된다.

물론 정당의 경선 룰이 고정불변일 수는 없다. 친박과 비박, 지도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의의 왜곡을 최소화하되 시대 변화에 부응하면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을 함께 반영할 수 있는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새누리당#경선#친박#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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