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교육과 수능성적 관련 없다” 믿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어제 발표한 지난 5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학업성취도 분석결과는 지역 간 고교 간 학력격차가 명백히 존재함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수능 평균 표준점수는 학교 간 최대 85.5점(언어영역 기준)이나 차이가 났다. 도시 학교들이 읍면 지역 학교보다 수능 평균이 영역별로 7.8∼9.7점 높았다. 이번 분석으로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간 계층 간 소득 간 상관관계가 밝혀진 만큼 향후 교육정책 수립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 분석결과는 수험생의 부모, 특히 아버지의 학력이 모든 교과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큼을 입증했다. 부모의 학력이 높으면 좋은 두뇌를 물려받았을 것이고 자녀 학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높을 터이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 학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분석은 사회 일반의 통념(通念)과는 다르다. 개인의 학력과 경제력은 대개 비례한다는 것이 세계 사회학계의 일치된 연구결과이다. 계층 간 학력격차와 사교육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싶은 교과부의 의도가 깔린 분석의 결과는 아닌지 의심이 된다.

이번 분석결과에 따르면 학원 밀집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점수가 다른 지역의 학생들보다 평균 3.2점 정도 높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외국어 영역은 사교육을 받았다고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고 언어 영역에선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사교육이 수능과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의 생존력이 이토록 강할 수 있는가. 학부모들의 체험과 배치되는 결과를 내놓으려면 좀 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평준화지역에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은 학생 본인의 학습의욕과 학교교육의 질, 학교가 위치한 지역여건이었다. 특히 교장이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느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지난 5년간 성적향상도가 높았던 고교들은 예외 없이 교장의 리더십, 우수한 학교시설,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다.

수능 성적과 학업성취의 결과는 학교특성, 지역여건, 사교육 정도, 부모의 학력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한 가지 요인으로 단정해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 간, 학교 간 학력격차는 분명한 만큼 학업성취가 낮은 지역과 학교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부는 이번 진단결과를 토대로 학력격차를 줄일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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