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홍찬식]대통령이 애써봤자 사교육 못 줄인다

  • 입력 2006년 6월 16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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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27개 대학 총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내신 입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내신 입시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내신을 위주로 치르는 것입니다. 현재의 고2 학생부터 해당됩니다.

입시 때문에 대학총장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며 새 입시제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새 입시제도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느냐는 점에 있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3분논평]대통령이 애써봤자 사교육 못 줄인다

새 입시제도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내신입니다. 대학들이 입시에 내신 성적을 많이 반영하면 학교 공부가 가장 중요해 집니다.

내신 입시에 따라 내신은 상대평가로 바뀌었습니다. 전교에서 상위 4%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 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같은 반 친구를 이겨야 대학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에 친구 공책을 몰래 버리는 일마저 있다고 합니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비지출을 보면 사교육비 지출이 16%나 늘었습니다.

새 입시의 또 다른 축은 수능시험입니다. 수능시험 성적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2008학년부터 수능시험 성적은 점수를 기재하지 않고 등급으로만 통지됩니다. 그만큼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수능시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내신 성적을 받은 학생끼리 입시를 치르게 되면 수능시험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수능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는 여전합니다.

나머지 한 축은 논술입니다. 논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습니다. 논술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능시험 하나만 잘 보면 입시를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 가지를 다 잘해야 합니다.

이처럼 새 입시제도가 사교육비는 줄일 것이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입시 제도를 수시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사교육비가 줄기는커녕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입시에 개입한다고 해도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정부가 강한 규제에 나서면 한국 교육의 특성 상 또 그 안에서 과열경쟁이 빚어집니다. 그래서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대학에 입시의 자율권을 주는 길 밖에 없습니다. 학생 선발권은 원래 대학이 갖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소지가 많습니다. 발상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2008년도 입시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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