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내가 늙는다”
TV 드라마에서 속을 썩이는 자식을 보면서 부모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단순한 푸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부정적인 인간관계가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이른바 ‘골칫거리’라 불리는 주변 인물들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삶을 어렵게 하거나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골칫거리’로 정의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뉴욕대학교, 유타대학교,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미시간대학교, 인디애나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18세부터 103세까지 2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포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6개월 동안 인간관계와 관련된 설문에 응답했습니다. 주요 질문은 특정 인물이 얼마나 자주 불편을 주었는지, 문제를 일으켰는지, 삶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는지 등을 포함했습니다. 동시에 건강 상태 평가와 함께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하기 위한 DNA 분석용 타액 샘플도 제공했습니다.
분석 결과, 주목할 만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삶을 정기적으로 힘들게 하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약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같은 나이 또래보다 평균 약 9개월 더 높은 생물학적 나이에 해당합니다.
참가자의 약 30%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최소 한 명 이상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스트레스 유발 인물은 가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족은 관계를 끊거나 조정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부모-자녀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계가 의무, 공동생활, 상호 의존성으로 얽혀 있어 갈등이 있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친구나 자발적으로 형성된 공동체 관계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유발 인물이 많을수록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더 나쁜 경향을 보였습니다. 지속적인 갈등은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염증 증가, 후성유전학적 불균형, 대사 부담 증가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계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다만 가족이나 직장 동료처럼 완전히 관계를 끊기 어려운 경우에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조절하거나 상담과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와 한계를 설정하는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유발 인물이 생물학적 노화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