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부진이 겹치며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의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2%) 이후 최고치입니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중기 연체율도 0.53%로 9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지방 5대 은행의 연체율은 더 심각해서 3분기 중기 연체율(1.1%)이 시중은행의 2배를 넘어섰습니다.
경기도 시흥 ‘스틸랜드’ 산업단지를 찾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철강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금이 밀려 세금도 못 낸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단지에서는 절반 가까운 공장이 철문을 닫았습니다. “운영자금이 없어 신규투자는 꿈도 못 꾼다”는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이들 기업은 미 관세에 수출길이 막히고, 고환율로 외화대출 상환 부담까지 겹쳤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17.1%, 중소기업만 따지면 18%로 2010년 이후 최고치. 한 해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이 다섯 곳 중 한 곳꼴이라는 뜻입니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중기 대출 잔액은 675조8000여억 원으로, 1년 새 13조 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철강·기계 등 전통 제조업이 중국 공급 과잉에 밀리고 있다”며 산업 전환 정책의 속도전을 주문합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실장은 “중소 제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며 정책자금 확대와 기술개발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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