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매주 금요일

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빛의 바다에 잠기다🤿…제임스 터렐 개인전 [영감 한 스푼]

    “저는 여러분이 안개나 구름이 자욱한 곳을 비행하는 조종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럴 땐 앞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계기판에 의존해야 하죠.또는 눈보라가 몰아쳐서 온통 흰색만 보이는 곳에서 스키를 탄다고 생각해 보세요.”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페이스갤러리 서울 개인전 ‘리턴’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이 전시는 ‘글라스워크’ 연작 4점과 신작 ‘웨지워크’ 등 설치 작품 5점과 판화 20점을 소개합니다.전시 개막을 앞두고 11일 한국을 찾은 터렐은 지평선이 사라지고 경계를 알 수 없는 어지러운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내면에 각자 갖고 있는 ‘빛’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나의 인식이 세상을 구성한다터렐이 말한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지평선(horizon) 없는 풍경’에 대한 비유였습니다.안개나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조종사, 눈보라로 온통 흰 풍경 속의 스키 타는 사람처럼 관객이 느끼기를 바란다는 것인데요.터렐은 이런 공간에서 우리가

    • 2025-07-05
    • 좋아요
    • 코멘트
  • 수북한 산딸기가 마음을 울릴 때 [영감 한 스푼]

    새빨간 산딸기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제철을 맞아 물이 오른 산딸기가 그득한 바구니 아래 종이처럼 하얀 카네이션 두 송이가 놓여 있네요.흰 카네이션이 조명처럼 밝혀주는 ‘산딸기 산’은 촉촉한 윤기로 반지르르 빛이 납니다.하나 꺼내어 입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팡팡 터질 것 같은 광경.작가는 이 그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일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유리잔에 물을 담아 그려 놓았습니다.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프랑스 화가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1669~1779)의 ‘산딸기 바구니’입니다.일상의 감칠맛을 담은 화가샤르댕은 18세기 프랑스 화가로 동물과 과일을 소재로 한 정물화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솜씨가 좋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샤르댕은 소박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평생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습니다.그런 그가 그림에 담은 것은 일상에서 누구나 발견하는 과일이나 컵, 물병 같은 물건들 혹은 부르주아나 노동 계층의 삶 속 순간을 담은 풍속화였습니다.당

    • 2025-06-13
    • 좋아요
    • 코멘트
  • 수북한 산딸기가 마음을 울릴 때[김민의 영감 한 스푼]

    새빨간 산딸기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제철을 맞아 물이 오른 산딸기가 그득한 바구니 아래 종이처럼 하얀 카네이션 두 송이가 놓여 있네요. 흰 카네이션이 조명처럼 밝혀주는 ‘산딸기 산’은 촉촉한 윤기로 반지르르 빛이 납니다. 하나 꺼내어 입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팡팡 터질 것 같은 광경. 작가는 이 그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일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유리잔에 물을 담아 그려 놓았습니다. 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프랑스 화가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1669∼1779)의 ‘산딸기 바구니’입니다.일상의 감칠맛을 담은 화가 샤르댕은 18세기 프랑스 화가로 동물과 과일을 소재로 한 정물화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솜씨가 좋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샤르댕은 소박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평생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그가 그림에 담은 것은 일상에서 누구나 발견하는 과일이나 컵, 물병 같은 물건들 혹은 부르주아나 노동 계층의 삶 속 순간을 담은 풍

    • 2025-06-11
    • 좋아요
    • 코멘트
  • 조커는 왜 ‘이 예술가’를 좋아했을까? [영감 한 스푼]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영화 ‘배트맨’(1989)에는 조커가 고담시의 미술관에 난입해 각종 명화를 파괴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부하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렘브란트, 드가, 르누아르의 명화에 새빨간 페인트를 뿌리거나 손바닥 자국을 찍고 마구 낙서를 하며 파티를 즐기죠.그러다 조커는 한 작품 앞에서 갑자기 부하를 제지하며 이렇게 말합니다.“이건 꽤 마음에 드니까 망가뜨리지 말고 둬.”조커가 반한 그림 속에는 보라색으로 변한 교황이 고통스러운 듯 고함을 지르고 있고, 그의 양 옆으로 도축돼 반으로 갈라진 소의 고깃덩이가 걸려 있습니다.공포스러운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프랜시스 베이컨이 1954년 그린 ‘고기와 함께 있는 인물’. 조커는 베이컨의 작품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요?“충격적이고 불쾌한” 교황의 초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20세기 영국 화가인 베이컨은 인간의 내면적 고통과 불안, 고독, 공포를 강렬하게, 심지어는 폭력적인 시각 언어로 표현한 것으로 유

    • 2025-05-30
    • 좋아요
    • 코멘트
  • 신성한 황금이 피와 분노로 변하던 순간[영감 한 스푼]

    스페인에 식민 지배를 당하던 16세기 남미 아마존의 열대 우림.제국주의자들이 탐내는 금이 쏟아지던 이곳에서 식민 당국은 토착 부족을 강제 노역에 동원해 금광에서 무자비하게 부려먹었습니다.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금에 집착하며 마구잡이로 약탈해가는 기이한 광경에 원주민들은 이렇게 묻습니다.“당신들은 황금을 먹기라도 하는 것인가?”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혹독한 착취를 가하는 침략자들에게 원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입니다.그리고 반란을 일으켜 스페인 감독관들을 붙잡고 끔찍한 형벌을 가합니다. 그들의 입을 벌리고 그 안으로 펄펄 끓는 금을 부어 버린 것입니다.아즈텍 사람들은 금을 ‘신의 똥’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는데요.그들에게 금은 태양신이 땅에 빛과 에너지를 전해주고 남은 흔적이었고, 아름답고 귀한 금속이지만 그것은 축적의 대상이 아닌 신성한 의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그런 금을 감독관의 입으로 부어버리는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 아즈텍 사람들에게 ‘신의 똥’이었던 황금이 탐욕 앞에서

    • 2025-05-23
    • 좋아요
    • 코멘트
  • 그림 속에 갇혀버린 피카소의 뮤즈[영감 한 스푼]

    와장창 깨져서 금이 간 유리창 같은 그림 속 여인이 손수건을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며 울고 있습니다.여인은 빨간 모자에 푸른색 브로치를 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빗어 넘긴 모습이지만, 그의 얼굴 한가운데는 흑백 사진처럼 모든 색이 사라지고 불안한 손가락과 치아만 강조돼 있습니다.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경쾌한 색채를 갖고 있음에도 초조한 모습의 이 여인은 바로 파블로 피카소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 도라 마르입니다.‘우는 여인’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마르는 영원히 ‘우는 여자’로 기억되고 맙니다.피카소는 왜 연인을 이렇게 그렸던 걸까요? ‘그림 속에 갇혀버린 뮤즈’, 마르와 피카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피 묻은 장갑의 여인피카소와 마르의 첫 만남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는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들이 자주 오갔던 카페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 함께 아는 친구였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소개로

    • 2025-05-16
    • 좋아요
    • 코멘트
  • 그림 속에 갇혀버린 피카소의 뮤즈[김민의 영감 한 스푼]

    와장창 깨져서 금이 간 유리창 같은 그림 속 여인이 손수건을 이로 잘근잘근 깨물며 울고 있습니다. 여인은 빨간 모자에 푸른색 브로치를 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빗어 넘긴 모습이지만, 그의 얼굴 한가운데는 흑백 사진처럼 모든 색이 사라지고 불안한 손가락과 치아만 강조돼 있습니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경쾌한 색채를 갖고 있음에도 초조한 모습의 이 여인은 바로 파블로 피카소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 도라 마르입니다. ‘우는 여인’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마르는 영원히 ‘우는 여자’로 기억되고 맙니다. 피카소는 왜 연인을 이렇게 그렸던 걸까요? ‘그림 속에 갇혀버린 뮤즈’, 마르와 피카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피 묻은 장갑의 여인 피카소와 마르의 첫 만남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는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들이 자주 오갔던 카페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 함께 아는 친구였던 시인 폴 엘뤼아르

    • 2025-05-14
    • 좋아요
    • 코멘트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미의 여신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 2025-04-18
    • 좋아요
    • 코멘트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비너스[김민의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 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 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 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

    • 2025-04-16
    • 좋아요
    • 코멘트
  •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 [영감 한 스푼]

    도시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또 도시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고향’이라는 말을 그곳에 붙이기는 무언가 어색합니다. ‘고향’이라면 산과 들이 있는, 아주 옛날 우리가 ‘원래’ 살았던 어딘가를 상상해야 할 것 같죠.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집은 늘 그 자리에 있는 포근하고 따뜻한 안식처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공간입니다.이 모든 것은 농경 사회나 오랜 세월 문화와 전통을 유지한 토착민이 사라지고 ‘도시’가 생겨나며 발생하는 현상입니다.이런 가운데 현대 미술가 모나 하툼의 작품은 묻습니다.“여전히 집은 영원한 안식처인가? ”그의 작품은 식기가 가득 놓인 식탁에 전선을 달아 전기가 통하도록 만들거나, 그 입구에 벌겋게 달아 오르는 열선을 달아 감옥 같은 풍경을 연출하죠.따뜻한 집이지만 불안한 기운이 가득 도사린 모습. 돌아갈 고향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감각을 자극해 세계 여러 미술 기관에서 수십 년에

    • 2025-03-28
    • 좋아요
    • 코멘트

뉴스레터 구독 해지

뉴스레터 및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위해 뉴스레터 및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