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 화백 “만화가가 롱런하려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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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화백, 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서 후배 웹툰작가 만나

만화 거장 이현세 화백(가운데)과 앞으로 한국 만화를 이끌 웹툰 작가 이광수 손제호 박용제 SIU 작가(왼쪽부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네이버 제공
만화 거장 이현세 화백(가운데)과 앞으로 한국 만화를 이끌 웹툰 작가 이광수 손제호 박용제 SIU 작가(왼쪽부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네이버 제공
“우리가 어떤 인연이 있기에 여기 모였을까?”

한때 대한민국 만화계를 대표했던 이현세 화백(59)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의 한 식당.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만화 삼국지’를 출품한 이 화백이 네이버 웹툰 전시관에 참여한 웹툰 작가들을 만났다. ‘신의 탑’의 SIU(시우·본명 이종휘·27), ‘노블레스’의 손제호(36·글)와 이광수(32·그림),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32)다.

이 화백의 데뷔는 31년 전인 스물여덟 살 때. 동시대 작가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이날 모인 후배들도 비슷한 또래에 데뷔했다. 시대는 달랐지만 데뷔 당시의 고민은 비슷했다. ‘좋아하는 만화를 과연 한평생 그릴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이 화백은 “롱런하려면 성실해야겠지만 그보단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또 그걸 채우려면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일찍 성공한 대다수 천재는 세상을 시시하게 보고 만화도 습관처럼 그린다. 그럴 때 우리 같은 사람도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제 씨는 “선생님이 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은 후배에게 ‘바이블’과 같다. 육성으로 들으니 더 마음에서 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처음 웹툰이 세상에 나왔을 땐 출판만화 대선배 중에는 “너희가 무슨 만화가냐. 앞으로 만화가란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며 불호령을 내린 이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화백은 오히려 후배들을 걱정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웹툰은 연재 주기가 짧고 작업량도 많은 것 같다. 작가는 무례한 독자가 단 악성 댓글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밀도 있는 작품을 계속 그리고, 소모품이 되지 않도록 강한 신념을 갖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후배들은 “악성 댓글에 대한 멘털(정신력)은 강해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화백은 환갑을 맞는 내년 7월 웹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작가가 살아온 현대사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후배보다 순위에서 앞설 자신은 없지만 전투력만큼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SIU는 “웹툰은 애들 만화란 인식이 아직 있는데, 선생님이 오시면 독자층이 크게 넓어지겠다. 웹툰계도 큰 기둥이 하나 세워질 것 같다”며 반겼다.

해외 만화시장에서는 후배가 선배의 업적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12, 13일 열린 웹툰 작가 사인회는 그에 앞서 열린 이현세 사인회를 능가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온라인에서 16개 언어로 번역된 해적판 웹툰을 보고 자발적으로 모인 팬들이었다. 독일의 한 교사는 “학생에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웹툰을 권한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여성은 “웹툰을 보려고 한국어를 배웠다”며 한국어로 쓴 팬레터도 가져왔다.

프랑크푸르트=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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