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김은희]“미국인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왕따는 범죄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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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학교는 학군이 뛰어나지 않아서인지 한국 학생은 어쩌다가 만날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 1년간 아빠를 따라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학생의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영어 한 마디 못하고 왔는데 이제는 제법 읽기 실력을 갖췄다고 기뻐했다. 마지막 날 내 손에 쥐여준 카드에는 영어로 1년간 도와줘 감사하다고 써 있었다.

그 부모는 학교생활에 참여하며 본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한국과 다르게 보였나 보다. 한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 선생님 역할이야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권위적인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한국 학교에서는 행사가 있으면 교장 선생님은 가장 좋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관람하는데 이곳에서는 워키토키를 들고 다니면서 가장 바쁘게 복도에서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나도 놀랐다. 초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감히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던 시절을 보낸 나도, 점심 지도를 하는 교사가 결근이라도 하면 당연히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점심 지도를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데 무려 10여 년 걸렸으니까.

한국의 학교폭력을 보면서 처음에는 내가 가혹하다고 느끼며, 저학년을 지도했던 미국의 교육방법이 생각난다. 미국 학교에서는 어려도 안전이나 폭력, 성추행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철저하다. 저학년들이 사용하는 가위는 절대로 안전한 것이어야 한다. 심지어 연필 깎는 칼도 가지고 다닐 수 없다. 만약 유치원에서 장난으로 다른 아이를 연필로 찌르거나 때리면 가혹하리만치 처벌한다. 폭력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소소한 아이들의 문제라도 교장실로 보내진다. 부모가 호출되고 그에 따른 벌이 따른다. 소풍이나 운동회 등 학교 행사에 참가할 수 없게 하든지 아이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다. 어려서부터 남을 놀리거나 때리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지도한다. 심지어 밀어붙이는 행동도 규제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늘 선생님에게 이른다. 얘가 이랬다. 재가 이랬다. 처음에는 나도 짜증스러울 만큼 소소한 것을 이르는 아이들이 이상했는데 이게 미국이 수많은 인종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친한 선생님은 2학년 담임인데 그 반 학생 부모의 출신 나라가 13개국이나 된단다.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야 하고, 어려서부터 절대 남을 때리면 안 되고 밀쳐도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그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경찰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왕따나 학교폭력은 거의 범죄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싸우면서 큰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어려서부터 가르치자. 남을 존중해야 하고, 서로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은희 미국 버윈하이츠 초등학교 교사
#독자 편지#김은희#왕따#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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