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극단적 환경주의에 국책사업 차질”… 국토관련 교육 균형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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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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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이념 갈등 치닫자 위기의식… ‘보존=善, 개발=惡’ 이분법 바로잡기

정부가 국토 관련 교육 바로잡기에 나선 것은 일부 시민단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좌편향적 성격의 단체들이 연대해 각종 국책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국토개발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국론 분열 양상마저 보이자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 환경지상주의에 멍드는 국책사업

그동안 환경보전을 지상 최대 과제처럼 여겨온 일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언론들은 각종 국책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발목잡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KTX 천성산 터널구간 건설공사다. 2003년 터널 공사가 추진될 때 인근에 위치한 천성산 내원사에 거처하던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들은 ‘도롱뇽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3차례에 걸쳐 단식농성을 벌이며 공사에 반대했다. 환경영향평가가 수차례 실시된 가운데 천성산 자연습지는 터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공사가 6개월 지연되면서 상당한 금액의 손실이 초래됐다.

2001년 완공된 인천국제공항도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은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다. 사업계획 발표 당시 녹색연합, 환경공해연구회 등 17개 단체는 ‘개펄 훼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실종 등 환경적인 이유와 지반 침하로 인한 부실공사 우려’ 등을 주장하면서 공사에 반대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 이후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면서 국제적인 명소가 됐다.

새만금 간척지사업도 방조제 공사가 60% 완공된 상태에서 환경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수질 보전’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1999년 공사가 중단됐다. 2001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약 4년 7개월의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당초보다 2년 여 늦어진 2010년 4월에야 가까스로 방조제 공사를 마쳤다. 전체 새만금간척지사업 준공은 2020년 말로 예정됐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도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반대하면서 공사가 2002년 6월부터 2년간 중단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물류손실액만 3900억 원으로 추정됐다. 국책사업 추진 논란이 가장 심했던 노무현 정부 때에는 새만금사업,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등 5개 국책사업의 공사 중단 및 지연으로 인한 손실액이 무려 41조1551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 4대강 사업으로 갈라진 국토 교육

현 정부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4대강 사업은 단순한 경제·과학적 논쟁 수준을 벗어나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으로 확대됐다. 특히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일부 환경단체, 일부 좌파 성향의 언론들은 ‘4대강 사업=환경 파괴’, ‘4대강 사업은 강죽이기 사업’이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정보를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심지어 올해 1월 열린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토론회에서는 한 전교조 교사가 수업할 때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와 이름이 같은 학생에게 “왜 그렇게 4대강을 고집하냐?”라고 농담을 던져 해당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놀림을 받는 사례까지도 발표됐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는 “국내 환경운동은 ‘보존은 선, 개발은 악’이라는 이념에 치우쳐 있어 교육을 통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토 관련교재 개발 방침에 찬성했다. 박 교수는 “환경보존과 보전은 차이가 있다”며 “역사나 문화재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지만 환경은 온전하게 다듬는 보전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역사는 누적된 기록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는 정도의 차이였다면, 국토 개발은 진행 과정에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다양한 국토 관련 교재 만들어진다

국토부가 이달 초 공고한 ‘국토 교육 교재 편찬 및 프로그램 개발’ 사업자 선정 입찰 안내문을 보면 국토 관련 교재 개발과 관련한 정부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새 교재에는 △균형 잡힌 국토관 형성 △국토정책에 대한 이해 증진 △전문직종과 연계한 국토이념의 실현 방안 △지속가능한 국토 발전을 위한 실천 의식 제공 등이 포함된다. 또 일반인이 다양한 국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험 및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기간은 사업자 선정일로부터 8개월간이다. 따라서 내년 3월이면 다양한 국토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일반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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