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우주는 神의 산물 아닌 물리법칙의 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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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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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신이 없다/데이비드 밀스 지음·권혁 옮김/384쪽·1만8000원·돋을새김


우주 만물이 신적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펴는 창조론자들에게 우주는 기적이 넘치는 곳이다. 행성이 규칙적으로 운행하고 지구에 인간을 비롯한 완벽한 생명체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적을 행하는 존재가 신이라는 것이다. 시계에 설계와 기능을 책임질 숙련된 시계공이 필요하듯 아름다운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우주에도 ‘눈먼 시계공’이 아닌 ‘신성한 시계공’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 간 논쟁에 관한 책을 집필해 온 저자는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근거로 진화론보다 성모마리아의 처녀수태설을 믿는 이들에게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의 허점을 기초부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창조론자들은 행성의 운행 질서를 경이롭게 취급한다. 그들은 놀라운 행성 운동의 특성으로 ‘행성들이 일정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매년 같은 궤도를 반복해서 지난다’고 믿는다. 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는 현재 궤도에 정확히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이 밝혀낸 사실은 태양 주위를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는 행성은 없다는 것이다. 태양 주위를 회전할 때 모든 행성의 궤도와 속도는 변하며 아주 급격히 변하는 때도 있다. 같은 궤도를 두 번 반복해 지나는 행성도 없다.

좀 더 까다로운 논쟁은 창조론자들이 보는 진화론이다. 창조론자들은 모든 생명체가 단세포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믿는다 해도 생명체의 기원과 복잡성을 설명하려면 여전히 창조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조론자들은 효율적이면서도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는 유전자(DNA)와 같은 세포 소기관들을 예로 들며 질문한다. “최초의 세포나 세포 집단은 그 전에 축적된 자연선택의 장점들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었을 텐데, 그처럼 복잡한 구조체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겠는가.” 과학은 최초의 세포는 세포핵도 없고 주로 세포막으로만 이뤄진 빈약한 구조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람의 눈과 같은 복잡한 구조는 40억 년 이상의 진화 결과인 것이다. 암모니아와 메탄, 물, 수소 가스의 혼합만으로 생명의 기초가 되는 분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1953년 시카고대의 ‘밀러와 유리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데이비드 밀스
데이비드 밀스
창조론자들은 “생명체가 종을 뛰어넘는 진화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의 진화는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저자는 대규모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결론이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제(생명체는 그들의 종을 뛰어넘어 진화할 수 없다)에 끼워 맞춰져 있다고 일축한다.

지적설계론은 우주와 생명체는 너무 복잡해 지적설계자가 이끌어주는 힘이 없다면 나타날 수조차 없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지적설계론은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에 동반되는 수억 년의 시간을 이해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창조론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신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도 비켜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창조론자들은 모든 것은 그 존재를 설명해주는 원인이 있어야 한다는 인과법칙을 근거로 질문을 계속하면 그 궁극에는 ‘신’이라고 부르는 제1원인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신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해왔다. 여기에 대한 철학적 논리학적 반박은 이랬다. “신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물질(우주)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단 말인가.”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질량에너지 보존의 법칙(E=mc²)과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우주물리학자들이 발견한, 완벽한 진공상태로부터 물질이 만들어지는 ‘진공 요동’ 현상으로 우주의 창조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질량에너지가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고 우주가 전적으로 질량에너지로 이뤄져 있다면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우주는 어떤 형태나 또 다른 형태로, 어떤 밀도나 또 다른 밀도로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질량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다만 진동하는 텅 빈 진공 형태나 부피도 전혀 없고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의 형태로 존재했던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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