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6년 ‘미션 임파서블’ 첫 TV 방영

  • 입력 2008년 9월 17일 03시 02분


“임무 수행 중 잡히거나 살해되면 우리는 당신들의 활동을 전면 부인할 것입니다. 이 테이프는 5초 후 자동으로 파괴됩니다.” 이어 테이프 리코더는 ‘피식’ 소리와 함께 연기를 내며 타들어간다.

1966년 9월 17일 미국 CBS TV가 처음 방영한 첩보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의 도입부. 이 시리즈는 1973년 3월까지 6년 6개월간 방영됐고 70여 개국 15개 언어로 더빙됐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제5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다.

백발의 짐 펠프스(피터 그레이브스)가 이끄는 팀 이름은 ‘IMF(The Impossible Mission Force)’.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약자다. 냉전시대였던 만큼 드라마 속 IMF는 동유럽, 소련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공작을 펼쳤다.

구성원 가운데 정규직은 팀장 한 명뿐. 나머지 팀원들은 미국 정부로 추정되는 상부에서 내려 보낸 임무의 성격에 따라 비정규직 공작원 중에서 팀장이 선정했다.

미인계가 장기인 여배우 겸 패션모델, 유명 전자회사 사장인 천재 기술자, 변장의 명수인 마술사까지 팀원들의 직업과 재능은 다양했다. 타깃이 된 인물에게 섣부른 총질을 하는 대신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자기편에게 살해당하게 하거나 궁지로 몰아넣는 게 이 팀의 장기였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기는 1988년에 다시 제작된 TV 시리즈로 이어졌다. DVD플레이어와 비슷한 매체로 임무를 하달하는 등 달라진 시대를 반영했지만 팀장 역은 역시 그레이브스가 맡았다.

그는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에서도 같은 역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를 궁지에 몰아넣는 배신자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거절해 앤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인 존 보이트가 그 역을 대신했다.

도화선이 타들어가며 흘러나오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영화판에서도 계속 쓰였다. 그래미상을 4번 받은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음악가 랄로 시프린이 작곡했다.

제5전선이라는 한국 제목은 ‘제5열’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마드리드 공략작전을 지휘한 보수파의 E 몰라 장군은 “마드리드는 안에 있는 ‘제5열(fifth column)’에 의해 점령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때부터 제5열이라는 말은 적지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를 뜻하게 됐다. ‘여명의 눈동자’의 작가 김성종은 같은 제목의 추리소설을 쓰기도 했다.

제5전선이란 제5열들이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선(戰線). 얼마 전 터진 탈북자 여간첩 사건을 볼 때 한반도의 제5전선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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