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유혹, 그 무의식적인 코드’…눈썹이 먼저 말한다

  • 입력 2005년 2월 18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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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얼굴과 몸이 완벽할 정도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제스처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자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돈나가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것은 외부 세계의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려는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마돈나. 얼굴과 몸이 완벽할 정도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제스처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자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돈나가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것은 외부 세계의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려는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혹, 그 무의식적인 코드/필립 튀르셰 지음·강주헌 옮김/224쪽·1만 원·나무생각

알려진 것과 달리 눈을 깜빡거리는 이유는 눈동자에 물기를 적시기 위한 게 아니다. 눈을 깜빡여서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정보를 대뇌가 취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지 냄새 소리를 받아들이는 표시다. 컴퓨터에 비교하자면 ‘엔터 키’를 두드리는 것과 같다. 심리학자 레이 버드휘스텔에 따르면 사람은 상대에 집중할 때 16분의 1초 동안 깜빡거린다. 하지만 상대의 무의식은 이를 관심의 표시로 알아챌 수 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은 건성으로 이야기를 듣는다는 뜻일 수 있다.

연민과 애정이 가득해질 때는 미간에 가까운 눈썹 끝부분이 살짝 올라간다. 거울 앞에 앉아 일부러 이 부분만을 움직이려고 들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감정은 속일 수가 없다.

이 책 지은이 튀르셰가 눈 주위의 움직임으로 파악한 심리의 단면들이다. 캐나다 사람인 그는 언어 외적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파악하는 전문가다. 얼굴과 몸의 미세한 움직임을 파악해 메시지를 분석하는 ‘시네르골로지(Synergologie)’의 창안자다.

그에 따르면 메릴린 먼로는 모순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영화를 분석해 보면 그녀는 함께 나온 배우들에 비해 최소 14분의 1만큼만 눈을 깜빡였다. 어떤 장면에선 1분 30초 동안 한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상대는 이 시간 동안 최대 20번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먼로의 눈썹 움직임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했다. 거의 이마까지 올라가는가 하면 대번에 내려오기도 했다. 이것이 그녀의 표정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녀는 남성들에게 유혹의 사인을 보낼 수 있었지만 진정한 관심을 보내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책 뒤에 붙은 119개의 주석은 튀르셰의 분석들에 신뢰감을 갖게 한다. 그는 눈 코 입과 목 팔 다리 등의 분석을 세밀하게 펼쳐 놓으면서 유명 인사들의 사례를 든다.

미국 버라이어티 쇼의 정상에 선 오프라 윈프리의 경우는 어떨까. 그녀는 감정을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 덕분에 큰 사랑을 받아 온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점들이 있다. 그녀는 머리와 어깨를 카메라 앞에 언제나 똑바로 세우고 있다. 자기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손바닥이 시청자를 향하고 있다. 어떨 때는 방송 시간의 60%에 해당하는 동안 그랬다. 여기에 시원한 미소가 덧붙여져 시청자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있다.

튀르셰는 얼굴과 몸의 왼쪽 오른쪽 움직임을 분석하기도 했다. 얼굴과 몸의 오른쪽은 좌뇌가 담당한다. 좌뇌는 절제를 맡고 있다. 반면 우뇌는 정서를 드러낸다.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때 우리는 상대의 왼쪽 눈동자와 얼굴의 왼쪽에 눈길을 더 준다. 왼쪽 부분에서 더 많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구더러 마음의 문을 닫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라고 해 보라. 친구는 틀림없이 고개를 왼쪽으로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튀르셰는 말한다. 즉 친구의 오른쪽 눈이 왼쪽 눈보다 먼저 앞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튀르셰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남녀 한 쌍의 캐릭터들을 이 책의 각 장에 제시해 설명을 보강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원제는 ‘Les codes inconscients de la s´eduction’(2004년).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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