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태권V 아빠 “갑작스런 인기 부끄러워”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김형배화백(55)이 1976년 발표한 만화 ‘로보트태권V’를 6월 ‘도서출판 게나소나’가 복간한데 이어 79년작 ‘20세기 기사단’을 ‘애니북스’가 최근 다시 찍어 내 놓았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93년작 ‘황색탄환’을 올해 말 바다출판사에서 복간할 예정이고 원작을 만화화한 동화집과 각종 단편집도 복간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김형배 열풍’에 대해 김화백은 “부끄럽다”고 운을 띄웠다.

최근 복간된 ‘20세기…’는 김화백이 79∼82년 어린이잡지 ‘새소년’에 연재한 작품. 주인공 훈과 보라가 엄정한 테스트를 거쳐 ‘20세기 기사단’에 입단해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 ‘스펙터’를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김화백은 “30대때 그린 작품을 다시 보면 허허… 내가 이런 유치한 생각으로 작품을 했었나 싶다”며 “변한 세상 속에 나온 변하지 않은 책을 보며 감회에 젖는 것은 작가나 독자나 똑 같은가 보다”고 했다.

‘아톰’ ‘마징가’ 등 일본 공상과학(SF)애니메이션이 우리 아이들의 꿈을 대신해 키워주던 70∼80년대, 김화백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넘치는 상상력으로 고집스레 SF와 전쟁물을 그렸다. 어린이잡지, 단행본으로 김화백의 작품에 빠져 우주전사가 되기도 하고 특공대원이 돼 보기도 했던 아이들.

이제 30줄에 접어든 그들은 출판사에서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오르자 마자 아련한 10대의 향수(鄕愁)를 찾아 나섰다. 그들의 복간제의를 가장 많이 받는 화백 중 한 명인 김화백은 요즘 창고나 책꽂이에 팽개쳐 둔 옛 작품을 찾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복간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시절, 김화백은 원고를 통째로 출판사에 갖다 주고 다시 찾지 않았다. 원고가 사라진 ‘20세기…’ ‘…태권V’ 등은 김화백이 단행본으로 보관해 온 것을 스캐너로 읽은 다음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잡티를 제거해 출판한 것이다.

김화백이 요즘 주력하고 있는 일은 그러나 복간은 아니다. 그가 작업실로 쓰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로변의 한 허름한 연립주택을 찾았을 때, 김화백은 화엄경(華嚴經)을 읽고 있었다.

그는 “올해 말 일부 출간 예정으로 ‘만화 불경’(가제)을 그리고 있으며 이후 장기간에 걸쳐 방대한 양을 내 놓겠다”고 말했다.

“대중적 기호에 휩쓸리느라 잊고 지내온 부분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 김화백은 “만화 불경은 질 좋은 종이에 곱게 찍혀 20년이고 30년이고 독자들의 책꽂이에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간되지 말고.”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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