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백승일, 신봉민 뉘고 11개월만에 꽃가마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56분


백승일이 차경만 감독을 들어올린 뒤 모래판에 쓰러뜨리며 애교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백승일이 차경만 감독을 들어올린 뒤 모래판에 쓰러뜨리며 애교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모래판의 풍운아’ 백승일(26·LG투자증권)이 자신의 최대 장기로 내세웠던 기술은 잡채기였다. 특히 상대를 들어올리는 척 힘을 쓰다가 갑자기 샅바를 잡아채서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그만의 잡채기 기술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지난해 5월 거제대회에서 무려 4년7개월의 공백을 딛고 다시 백두장사에 올랐을 때도 이 잡채기 기술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도 상대에게 미리 읽히면 소용이 없는 법. 장기가 너무 많이 노출됐던 탓일까. 재기에 성공한 백승일은 이후 1년에 가까운 기간 중 늘 ‘우승 언저리’에 머물면서도 ‘꽃가마’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겨울 훈련을 지낸 백승일이 마침내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왔다. 그의 새 무기는 안다리. 백승일은 힘있는 오른발 안다리 기술을 내세운 11개월 만에 백두장사에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19일 익산 원광대 문화체육관에서 벌어진 익산장사 씨름대회 백두급 결승. 백승일은 ‘봉팔이’ 신봉민(28·현대중공업)과 마지막 판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친 끝에 3-2로 승리해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결승전에서 백승일은 3판을 모두 안다리로 따냈다. 들거나 당기는 기술에 능한 백승일이 첫 판에서 기습적으로 다리를 걸며 파고든 것은 ‘백전 노장’ 신봉민에게도 의외였다.

그러나 신봉민은 역시 노련했다. 둘째 판을 밀어치기로 만회한 뒤 셋째판에서 다시 안다리를 걸며 들어오는 백승일을 되치기로 눌렀다.

승기가 신봉민 쪽으로 기운 듯했으나 백승일의 집요한 안다리 공격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한 차례 장외 무효가 선언된 이후 맞붙은 넷째판에서 백승일은 안다리로 신봉민을 쓰러뜨렸고, 마지막 판의 결정타도 역시 안다리 선제공격에 이은 마무리였다.

백승일은 준결승에서도 올 용인대회 백두급 우승자 이태현(26·현대중공업)에게 안다리로 첫 판을 따내는 등 이날 ‘신무기’ 안다리 기술을 제대로 이용했다.

신봉민은 준결승에서 ‘슈퍼 골리앗’ 김영현(26·LG투자증권)을 2-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우승을 노렸으나 백승일이 꽃가마에 오르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백두급 순위 ①백승일(LG) ②신봉민(현대) ③이태현(현대) ④김영현(LG) ⑤황규연(신창) ⑥염원준(LG) ⑦김경수(LG) ⑧권오식(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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