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한국축구 좀 더 더러워져라!

  • 입력 2001년 9월 17일 11시 20분


나이지리아와의 두 번의 평가전이 모두 끝났다. 새로 월드컵경기장을 개장한 대전과 부산에서 벌어진 이번 평가전은 일각에서는 쓸데없는 2진을 데려와서 무슨 소용이냐라는 소리들도 하지만, 그건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나이지리아 대표팀이 2진이라고 치면, 지금 소집된 국가대표선수들은 최정예 1진인가?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유럽파가 하나도 모이지 않았으며, J-리그에서도 반이 넘게 소집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집된 J-리그 진출선수들도 1차전만 치루고는 모두 돌아갔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재 상황에서 비교적 잘 맞는 수준의 스파링 파트너였다는 생각도 든다.

1차전은 엄밀히 말하면 정상적인 플레이는 아니었다. 2:2 스코어가 나긴 했지만, 나이지리아는 시차에 고생하고 교체선수조차 없어서 정상적인 선수구성조차 안될 상황이었으며, 우리는 전반전에 카드캡터 김상식의 매우! 어이없는! 플레이로 열명이 싸워야 했던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는 GK를 제외한 열명의 선수 중 자기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플레이 한 선수가 반이 넘을 정도로 시험적인 성격이 강한 경기었다.

2차전은 1:1로 비기다가 경기 끝나기 바로 직전에 이동국 선수의 깨끗한 헤딩골로 2:1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가장 눈에 거슬렸던 MF에서부터의 압박수비가 2차전에서는 제대로 먹혔다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히딩크 감독이 맡고 난 후의 경기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현상-전반전의 경기내용이 좋았던 경기는 후반전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문제(저번 체코전에서도 전반전은 좋았으나 후반전에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져 기어이 0:5의 스코어가 나왔었다.)-이 나왔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TV 중계 해설자들은 감독이 선수교체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난 어쩌면 감독이 일부러 선수교체를 안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선수를 교체해 가면서 후반에 체력전으로 끌고 간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긴다고 해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더군다나 전반전에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도 후반에 헉헉대면서 걷는 우리 선수들에게 대한 질책의 성격으로 일부러 선수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나만의 억측일까? '힘든데 누가 교체해 줬으면~' 이런 나약한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그라운드에 나왔으면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라는 정신자세를 요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히딩크 감독이 맨 처음에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면서 '한국축구의 문제는 체력문제이다'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무슨 귀신 시나락까먹는 소린가 했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전의 어떤 국가대표 감독도 개인기문제, 전술문제만을 얘기했었지 체력문제를 논했던 감독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이 이해가 간다.

자, 이젠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주절주절 이번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은 이유는 맨 위의 이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내용을 논하기 위함이었다. 우선 나이지리아의 평가전 1차전과 2차전을 살펴보면 사흘 만에 치른 두 경기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차전은 선수들의 MF부터의 프레스가 없었고, 2차전에서는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차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는 부상을 당해서 쓰러져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태클이나 몸을 날리는 플레이들이 1차전에 비해 압도적 많았다는 소리이다. 1차전에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거의가 서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었다.

솔직히 한국축구의 수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현재 한국축구의 수준이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냉정하게 따져보면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참 밑의 수준이다. 개인기술 떨어지지, 전술 떨어지지,체력 떨어지지 뭐하나 나은 게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린 안돼~' 이러면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단 경기는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럼, 기어기 이기고자 하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상대방보다 더 열심히 뛰는 것밖에 없다.

땅바닥에 더 많이 구르고, 더 많이 태클을 하고, 몸을 날려야 한다. 상대방이 슛을 쏘면 몸을 날려서 육탄으로 방어하고, 유니폼에 초록색 풀물이 들도록 굴러야만 우리보다 뛰어난 팀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 프랑스가, 독일이 서서 플레이한다고 우리도 서서 플레이하면 이길 순 없다. 공을 뺏을 재주가 없으면 MF에서부터 파울로 끊고, 다리가 짧아서 뺏을 수 없으면 태클을 들어가야 한다.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달라붙어 상대방이 쉽게 공을 찰 수 없게 해야 한다. 상대방의 페이스를 무너뜨려서 상대방이 100% 전력이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상대방이 100%의 전력으로 우리를 몰아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솔직히 한국축구를 보면 요즈음에 들면 들수록 이런 플레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공이 날아가는걸 봐도 쫓아가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고, TV에 잘 나오고 싶은지 서서(여기에서 서다라는 뜻은 달리다의 반대말이 아니라 눕다의 반대말이다) 플레이하려고만 하고, 겉멋이 든 것 같이 플레이하는데, 이래선 안 된다. 폼을 잡는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건 절대 아니다. 황새를 뱁새가 따라가려면 똑같은 보폭으로 가선 가랑이만 찢어질 뿐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황새보다 더 많이 발을 놀려야만 한다. 물론 황새보다 땅에 가까이 있으니 흙탕이 튀면 진흙범법이 되겠지만 그래도 열심이 다리를 놀리면 황새와 같이 걸을 수 있고, 언젠가는 황새보다도 빨리 걸을 수 있다. 보기 흉하다고 황새처럼 걸으려 하면 평생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예전의 '안되면 되게 하라'식의 무대포 축구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게 우리의 현실을 바르게 직시하고, 현재 우리 실력으로 우리보다 잘하는 팀을 이기기 위해선 폼내기나 어줍잖은 스타의식은 다 버리고 안되겠으면 파울로 끊고 운동장에 뒹굴며 온몸을 날리고 태클을 들어가면서 더 더럽게, 거칠게, 터프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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