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출산장려정책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41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부의 인구정책이 과거 ‘출산 억제형’에서 ‘출산 장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인구학자들은 현재 국내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을 밑돌아 향후 급속한 인구노령화와 인구감소가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반대측은 미래는 노동력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노동시장의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남북통일, 인구이동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출산장려책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찬성/노동력 감소-노령사회 막아야▼

197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높은 출산율로 인한 급격한 인구증가였다. 아직도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후진국에서는 높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문제가 경제발전의 결정적 장애요인이다. 유엔은 이 문제를 새 천년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로 규정하고 Y6B(세계인구 60억이 된 해)란 용어로 경각심을 높였다.

다행히 한국은 1960년대 초부터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실시한 가족계획사업을 국민이 적극 수용함으로써 출산율 억제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손꼽힌다. 1960년 국내 가임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수준인 6.0명이었다. 합계 출산율은 이후 지속적이고도 급격하게 떨어져 1970년 4.5명, 1980년 2.8명, 1990년 1.6명, 1999년 1.4명까지 내려갔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의 출산 수준은 가임 여성 1인당 일생 2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인구 대체 수준을 밑돌면서 인구 성장률이 매우 낮은 선진국 평균 수준보다도 낮아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 낮은 출산율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에 살게 된 것이다.

저(低)출산율, 특히 인구 대체 수준 이하의 낮은 출산율은 높은 출산율 못지 않게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노동력 공급이나 지속적인 사회발전 등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인구 내적인 변화만을 살펴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출산율이 4분의 1로 떨어질 경우 60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은 4배 이상 증가한다. 노령화 현상은 평균수명이 아무리 증가해도 별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노년인구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 특히 영유아의 사망률 저하를 동반하기에 출산율이 저하할 경우 노년인구 비율은 출산율이 저하한 만큼 계속 반비례하여 증가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노령화는 오로지 출산율 저하가 가져온 현상이지 평균수명의 연장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만혼, 독신, 이혼, 별거 등 출산율을 낮추는 혼인 양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더 급격한 노령화를 방지하고, 나아가 인구수의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체 수준 정도의 일정한 수준의 출산율이 유지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세 자녀 이상을 가질 경우 주어온 각종 사회적 불이익도 재고할 시점이 되었다.

이와 함께 자녀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기 때문에 어린이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책임을 지는 가치관을 공유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어린이는 친족이나 마을 공동체가 공동으로 돌봐 주었다.

오늘날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 마을 전체가 어린이를 돌보는 제도가 정착되자 이혼율이 저하하면서 출산율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은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박 상 태(서강대 교수·사회학, 한국인구학회장)

▼반대/미래엔 인구소보다 질이 중요▼

국내 여성의 합계 출산율이 1.42로 떨어져 2018년부터 노동력이 감소하고 2028년부터는 총인구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노령화에 따른 사회부양비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구수가 곧 경제력, 국력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여성의 교육,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력이 강화되면서 결혼, 출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양보다는 질’, 즉 자녀를 적게 낳아 제대로 기르자는 삶의 질을 우선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출산은 결코 출산수당 지급 등과 같은 물질적 장려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치관, 인식의 문제이다. 현재의 인구정책은 30년 후의 상황을 좌우하기 때문에 출산율 변화를 유도하기 전에 보다 신중하고 다각적인 연구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다. 자본과 상품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이동이 활발해져 국내에도 이미 30만∼4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등 노동시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만 노동력을 충당하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감소 우려는 세계화 시대에는 편협한 시각이다.

산업구조가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쪽으로 개편되는데 따른 노동력의 과학적 수급 추계도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이 고도화하면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노동력의 양보다 질이기 때문이다.

2048년이면 재정고갈이 예상된다는 국민연금, 재정파탄이 현실화된 국민건강보험, 공적부조제도 등 사회복지비 지출 증가를 근거로 인구가 줄면 청장년층의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 또한 제도 운용상의 개선이 요구되는 측면이 있고, 경제성장 등으로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문제이지 출산력 조절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수십년 동안 출산 저하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이로 인해 선진국 대열에서 낙오된 바 없고 여전히 강대국으로 남아 있어 출산 저하가 우려할 정도의 문제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일정한 출산 장려책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의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상황과 선진국의 여건에 대한 비교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상황변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출산력 제고와의 관계 등에 대한 고려도 요구된다.

인구정책은 출산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 인구이동, 사회적 가치관 등 국가 전반에 연관된 문제이다. 현재의 정책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해 단편적인 접근보다는 30년 후의 사회를 내다본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고경화(한나라당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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