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중견의사]호흡기질환/삼성서울병원 권오정교수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47분


권오정 교수(왼쪽).
권오정 교수(왼쪽).
◇폐암 저용량CT진단법 첫 도입-"골초 6개월마다 검진 받으세요"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교수(44)는 자랑스런 ‘형님’이 많다.

그의 친형은 올해 옛 유고 전범 국제형사 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된 권오곤 사법연수원 판사(48). 또 그에겐 의형이 3명 있다.

그는 이번에 공동 1위로 선정된 서울대병원 한성구교수를 형처럼 따르고 있다. 인터뷰 요청에도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성구형님이 나와야 하는데”라며 머뭇거렸다.

권교수는 “병원 내에서 진단방사선과 이경수교수와 흉부외과 심영목교수를 형처럼 따르고 있는데 이들의 의술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가슴 컴퓨터단층촬영(CT)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심교수는 매년 200여명을 수술하는 ‘고수’.

그러나 주위에서는 권교수에게 ‘최고의 자질’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의 환자에 대한 정성은 병원 내에서 유명하다. 권교수가 환자들에게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를 후배 교수들이 메모할 정도다.

권교수는 흉부외과 방사선과 종양내과 병리과 등의 의사들과 회의를 해 진료 방향을 결정한 뒤 반드시 환자 가족들을 불러 30분 정도 자신의 치료법을 밝히면서 다른 치료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환자 가족들이 치료법을 결정토록 배려한다.

그는 친절이 몸에 배여 인상이 온화하다. 장모인 소설가 박완서씨처럼. 권교수는 장모에게서 ‘사람’을 배우고 있으며 아내인 서울대의대 생리학과 호원경교수에게서 학문적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폐암은 흔히 치료가 안되는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가?

“폐암은 남성 암 중 위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암으로 5년 생존율이 10%대라서 치료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조기 발견이 안되기 때문이다. 1기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60∼70%이고 2기는 50% 정도로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폐암 초기엔 기침, 가래 등과 함께 목이 쉬는 증세가 나타나곤 하는데 흡연자는 늘 느끼는 증세라며 무심코 지나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요즘엔 효과적 조기 진단법이 등장했다.”

그가 말하는 조기 진단법은 ‘저용량 CT’. 그가 99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으며 보통 CT보다 방사선 양을 6분의 1로 쬐는 진단법이다. 폐암의 크기가 1㎝ 이하면 대부분 살 수 있는데 이 진단법으로는 3㎜의 암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20년 이상 하루 한 갑 넘게 담배를 피운 사람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저용량 CT로 검진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비는 10만원 정도.

-우리나라는 아직 ‘결핵 후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결핵은 사라진 병이 아니다. 국내 환자 수가 40만명이며 매년 3000여명이 결핵으로 숨진다. 특히 폐결핵은 6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면 낫는데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의 종류를 마음대로 바꿔 복용해 내성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내성 결핵 환자는 국가에서 ‘관리’, 전염을 막아야 하는데 방치된 상태다. 내성 결핵은 치료가 매우 힘들다. 다만 우리 병원에서 최근 도입한 ‘인터페론 주사요법’이 이전에 비해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만성 폐쇄폐질환(CODP)이 심장병 암 중풍에 이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CODP는 허파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 장소인 허파꽈리를 매달고 있는 호흡세기관지가 좁아진 병이다. 국내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비율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집계가 안될 따름이다. 폐암이나 결핵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 병은 한번 나빠지면 절대 증세가 좋아지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서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책인데 일부 환자는 ‘살면 얼마 더 산다고…’라며 거부한다. 이때 ‘이 병에 걸리면 금세 숨지지 않고 고통 속에서 가족들에 짐만 되다가 천천히 숨지게 된다’고 일러준다. 그러면 대부분 담배를 끊는다. 60대 이후 흡연자가 이유 없이 숨이 차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어떻게 뽑았나

호흡기 질환 베스트 중견의사로 내과에선 고(故) 한용철 박사의 두 ‘애제자’인 서울대병원 내과 한성구교수와 삼성서울병원 내과 권오정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3개 의대에서 호흡기 질환이 전공인 내과와 흉부외과 교수 58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동아일보사는 두 교수를 공동 인터뷰할 예정이었지만 서울대 의대 4년 선배인 한교수가 완곡히 인터뷰를 사양하는 바람에 권교수만 인터뷰를 하게 됐다. 한교수는 서울대 의대 부학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방사선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만청 전 서울대교수의 조카이기도 하다. 서울중앙병원 내과 고윤석교수도 이들에 버금하는 추천을 받았다. 그는 국내에서 중환자 호흡관리 부문의 최고 명의로 꼽힌다.

흉부외과에서는 서울대병원 성숙환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심영목교수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선두를 다퉜고 서울중앙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국립암센터 등의 순이었다.

◇호흡기 질환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속 병원

세부전공

한성구

서울대

폐 및 기관지결핵

권오정

성균관대 삼성서울

폐암 폐결핵

고윤석

울산대 서울중앙

중환자 호흡관리

유지홍

경희대

호흡기질환

박춘식

순천향대 부천

호흡기질환

정기석

한림대 성심(평촌)

호흡기질환

장준

연세대 세브란스

폐결핵 천식

김영환

서울대

폐암

인광호

고려대안암

기관지천식

전상훈

대구 효성가톨릭

호흡기질환

김호중

성균관대 삼성서울

기관지질환 폐암

이상도

울산대 서울중앙

폐혈관질환

김세규

연세대 세브란스

폐암 만성폐쇄폐질환

김영철

전남대

만성폐쇄폐질환 폐암

성숙환

서울대

폐암 식도암 수술

심영목

성균관대 삼성서울

폐암 수술

김진국

성균관대 삼성서울

폐암 수술

조재일

국립암센터

폐암 수술

김광택

고려대안암

식도 기관지 폐 수술

박승일

울산대 서울중앙

식도암 폐암 수술 폐이식

박재길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폐 수술

김해균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폐 수술 및 이식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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