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9)]골고루 먹되 채소-과일 듬뿍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35분


암에 걸리면 대학 교수도, 농촌의 범부도 비슷해지는 양태가 있다. 굳이 말기가 아니어서 기존 치료법으로 완치가 가능한데도 대부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초나 이른바 ‘항암(抗癌) 식품’을 찾는다.

말기엔 정도가 심해져 대부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풀뿌리’에 매달리곤 한다. 심지어 과학적으로는 허무맹랑한 식품을 구입하느라 몇천만원을 쓰다가 세상을 뜨는 사람도 있으며 이런 환자의 심리를 이용해 장삿속을 채우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런 현상은 한국인의 의식 깊숙이 음식과 약은 바탕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사고가 자리잡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현재 어떤 음식도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을 완치시킬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때는 △유전자가 고장나 세포가 변형되는 ‘개시 단계’와 △세포의 변형이 계속되는 ‘촉진 단계’를 거쳐 △암 세포로 완전히 진행돼 분열을 가속화하는 ‘진행 단계’를 거친다. 암세포로 진행됐다면 다시 정상세포로 회복될 수 없다. 이를 ‘암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어떤 항암 식품도 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항암 음식은 암의 개시 단계에서 암으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서울대 식품공학과 이형주 교수가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C와 퀴시틴이라는 물질이 촉진 단계에서도 암의 성장을 늦춘다는 논문을 영국의 과학전문지 ‘랜싯’과 미국의 ‘미국임상학저널’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성분이 과연 암의 촉진을 결정적으로 멈추게 하는지, 다른 항암 성분들도 암 촉진 과정을 늦추는지 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암을 예방하는 음식〓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대장암을 억제하며 카로티노이드는 폐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타민E 등 항산화 물질도 항암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암연구소가 발표한 ‘대표적 항암 음식’을 평소 많이 먹는 것이 좋다(그래픽 참조).

그렇다면 채식을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채소의 항암 효과를 입증한 이형주 교수도 “고기 등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서 채소 과일을 듬뿍 먹는 것이 좋다”면서 “특히 이미 진행 단계로 들어섰다면 음식에 의한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없으며 정통 치료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몇십년 동안 암 발병률이 급증하는 것을 들어 ‘암〓현대병’이라고 규정하며 육류의 과다 섭취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의학자들은 “대부분의 암은 몇십년 동안 진행되는데 평균수명이 일제강점기 남성 32.4세, 여성 35.1세에서 2000년 남성 72.1세, 여성 79.5세로 비약적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암 환자도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명 연관설’로 설명한다. 또 병원 문턱이 낮아진데다 진단기법이 향상된 것도 암환자를 ‘더 많이’ 찾아내는데 기여했다는 것.

한편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탄 음식의 지나친 섭취도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부패한 음식, 소금에 절인 음식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별도 기사 참고).

▽암 환자의 식생활〓일단 암으로 진단받았다면 항암 식품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보다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암 치유 효과를 입증받은 음식은 하나도 없다. 고기를 먹으면 암이 퍼진다면서 채소만 먹는 사람이 있지만 고기도 먹어야 한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 회복과 면역력 유지, 세균 감염 방지 등을 위해서는 단백질이 꼭 필요한데 단백질의 주공급원이 고기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암 세포가 우선적으로 환자의 몸에서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하기 때문에 환자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식욕 부진으로 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 이 경우엔 조금씩 자주 먹게 하고 아침에 많이 먹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암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꾸준히 영양 상담을 받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링거액 등으로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암을 예방하는 식사 습관

1. 소금으로 절이거나 불에 직접 구운 음식 은 가급적 적게 먹는다.

2. 아침에 과일 3, 4조각이나 주스를 먹는다.

3. 샐러드나 소스는 지방이 적거나 없는 것을 택한다.

3. 튀긴 음식이나 동물기름이 많이 든 음식 을 먹지 않는다.

5. 집에서 고기를 요리할 때 기름을 사용하지 말고 굽거나 찌거나 삶는다.

4. 매주 최소 한 번 순두부 두부 등 콩을 재 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5. 매주 두 번 이상 잡곡밥을 먹는다.

6. 고기는 생선 쇠고기 닭 돼지고기 등을 다양하게 섭취한다.

7. 실온에서 오래 보관해 약간이라도 부패 가능성이 있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8. 술은 가능하면 남성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로 마신다.

9.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등 고지방 유류를 적게 먹고 저지방 유류를 많이 먹는다.

10. 된장국과 마늘 등 ‘전통 음식’을 가까 이 하고 패스트푸드를 멀리한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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