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씨]뮤지컬 배우의 목관리 비법

  • 입력 2009년 4월 22일 16시 21분


매번 고음의 노래를 소화해야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어떻게 목 관리를 하나요?

-이남주 씨(35·서울 송파구 문정동)

공연이 끝나면 뒤풀이에 참석해 스트레스를 푸는 연극배우와 달리 뮤지컬 배우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 술을 자제합니다. 두 분야 모두 발성이 중요하지만 고음의 노래를 소화해야하는 뮤지컬 쪽이 더 철저한 편입니다. '드림걸즈'의 지미 역으로 최근 더 뮤지컬 어워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최민철 씨는 수상 축하 파티에서도 다음날 공연을 이유로 술을 고사해 동료들의 질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목 관리방법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침묵은 금'을 실천하는 배우들입니다. 군복무 중인 조승우 씨는 뮤지컬 공연이 있을 때면 무대에 오를 때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 말이 있는 경우엔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에서 팬텀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 씨도 되도록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공연 2, 3시간 전부터 실내공기 조절이 된 별도의 대기실에서 100회 공연 내내 '독수공방'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둘째는 성대보호를 위해 각종 액즙을 복용하는 경우입니다. '드림걸즈'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인 차지연 씨는 우유에 꿀을 타서 마신다고 합니다. '자나, 돈트!'에서 자나 역을 맡은 김호영 씨와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을 맡은 김보경 씨는 공연 전에 살구씨 오일을 목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윤활유를 칠한 것 같은 효과를 느낀다고 합니다. 도라지 다린 물과 배즙, 오미자차를 마시는 배우도 많은데 "자연에서 난 것은 다 갈아서 즙을 내 마신다"는 농담이 돌 정도라고 합니다.

셋째는 '체력은 국력'을 믿는 배우들입니다. 특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하는 여배우들은 성대와 몸매관리를 겸해 조깅과 수영 등을 하는 나 홀로 운동마니아들이 많습니다. 윤공주 씨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매일 3000회의 줄넘기를 소화하고 무용 연습을 쉬지 않는 악바리로 유명합니다.

전문적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의 김형태 원장은 "뮤지컬 배우가 노래를 할 때 후두의 50개 근육과 함께 400여개 근육을 사용한다"며 공연 전후 이 근육들을 풀어주는 체계적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금니를 문 상태로 '음' 소리를 높낮이를 달리해 5분 정도 내고 공연직전엔 허밍으로 목을 푸는 것이 긴장이완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공연 뒤에는 혀를 아래로 붙이고 탁구공을 입에 문 것처럼 입천장을 올리고 볼과 입술을 진동시키면서 '우' 소리를 5분간 내는 것이 성대보호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김 원장은 "술, 담배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운동을 하고 말을 자제하는 것은 성대보호에 도움을 주지만 특정 액즙은 도움이 못 된다"고 말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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