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고 했을까

  • Array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꿈을 잡으려는 사람-정서우, 그림 제공 포털아트
꿈을 잡으려는 사람-정서우, 그림 제공 포털아트
입사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 K 씨 때문에 한 팀장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뚫고 들어왔다는 자부심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K 씨는 자기 본위적인 사고방식이 지나쳐 자신이 회사에 속한 게 아니라 회사가 자신에게 속한 것처럼 행동하기 일쑤입니다. 뭐라고 나무라면 “제가 공적으로 질타 받을 만한 잘못을 했습니까?”라며 고개 빳빳이 쳐들고 되레 따지곤 합니다.

K 씨가 회사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아리 활동입니다. 바로 그것을 한 팀장은 문제 삼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K 씨가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겸해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만 해도 10여 개가 넘습니다. 주말에는 하루에 서너 군데 동아리 모임에 참석하고 평일에도 퇴근 후에 자주 모임에 참석하곤 합니다. 그렇게 여러 모임,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는 게 자기 인생의 낙이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라고 그는 당당하게 말하곤 합니다.

K 씨의 활동 영역은 천방지축 종횡무진입니다. 연예인 팬카페, 고양이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라틴댄스 동호회, 디지털카메라 출사모임, 로또 연구회, 와인 로맨틱하게 마시는 사람들의 모임 등등 참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회사생활은 엉망이 되어갑니다. 전날의 음주로 지각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업무도 무시하고 휴가를 내고, 종내 무단결근까지 합니다. 목요일부터 휴대전화도 꺼놓고 무단결근을 하던 그가 월요일에 e메일로 사직서를 보내왔습니다. 참으로 일방적이고 편의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팀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 ‘발이 넓은 사람’ ‘인맥이 좋은 사람’ ‘학맥이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공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 인맥을 넓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명사를 찾아다니거나 온갖 개방대학원에 등록해 다방면으로 발을 넓히려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삶의 다양성을 위해 많은 동아리 활동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자신에게 귀결됩니다. 진정한 뿌리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닌 것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와 어긋나고 빗나간 만큼의 대가를 치르고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대인관계를 잘하고 폭이 넓은 것은 좋지만 부질없는 인연의 잔가지가 많을수록 자기 삶의 줄기와 뿌리는 부실해집니다. 장인이나 전문가의 삶이 한없이 단순하고 단조로운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그들이 그것을 추구하고 지향한 결과입니다. 자전하거나 공전하는 것들의 단조로움이 우주를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는 걸 그들은 깨쳤기 때문입니다.

불교 최초의 경전 ‘수타니파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가르칩니다. 사랑도 친구도 본래의 뜻을 잃고 번뇌와 고통을 부르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가르칩니다. 의연하고 무구하게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삶의 자세, 무소의 뿔은 우주의 중심이자 마음의 중심입니다.

박상우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