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56>蜂 起(봉기)

  • 입력 2003년 4월 1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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蜂 起(봉기)

蜂-벌 봉 起-일어날 기 裂-갈라질 렬

縫-꿰맬 봉 暴-사나울 포 奢-사치할 사

일부 한자단어를 보면 동식물 또는 곤충의 모습이나 생태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豹變(표변)이라면 ‘표범의 무늬처럼 분명하고도 아름답게 변한다’는 뜻이며 狡猾(교활)은 간악하기 이를 데 없는 狡나 猾의 특성에서 나왔다. 그 뿐인가. 狼狽(낭패)는 앞뒤 다리가 각기 짧아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狼과 狽 두 동물에서 나왔고, 猶豫(유예)는 겁이 많아 머뭇거리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기 못하는 원숭이와 코끼리의 생태에서 나왔다.

또 동식물의 상태에서 유래된 단어도 많은데 葛藤(갈등)은 마구 얽혀있는 칡이나 등나무의 모습에서, 龜裂(균열)은 갈라진 거북이의 등 모습에서 나왔다.

蜂起도 벌의 생태에서 나온 말이다. 먼저 글자부터 보자. 蜂은 (충,훼)(벌레 충)과 봉(마주칠 봉)의 합성자다. 산이 마주쳐 솟아 올라온 것이 峰(봉), 길을 걷다가(착) 마주친 것이 逢(봉), 실((멱,사))을 마주쳐 합치는 것이 縫(봉), 또 쇠붙이(金·즉 칼 끝)끼리 마주치는 것이 鋒(봉)이며 불을 서로 마주쳐서 연락을 취하는 것이 烽(봉)이다.

그러니까 蜂은 벌레((충,훼))가 마주치는(봉) 것으로 ‘벌’을 뜻한다. 벌통 앞에 서 있노라면 분주히 날아다니는 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서로 부딪칠 것만 같다고 하여 만든 글자다. 이 점은 쑥을 나타내는 蓬자에서도 알 수 있다. 쑥의 씨앗은 민들레처럼 바람에 의해 수정을 한다. 그래서 풀(초)의 씨앗이 바람에 날아 다니다(착) 마주치는(봉) 것이 蓬이다. 起는 몸(己)이 달리는 것(走)에서 나온 글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일어날 기’자가 된다.

蜂起란 벌이 일어나는 것이다. 산에 오르다 보면 야생 벌집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잘못하여 건드리면 성 난 벌이 떼를 지어 달려든다. 그야말로 ‘벌떼’같이 몰려와 쏜다. 따라서 蜂起라면 여기저기서 벌떼같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秦始皇(진시황)이 죽고 아들 胡亥(호해)가 섰지만 暴惡(포악)과 奢侈(사치)는 오히려 아버지보다 한 수 더 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司馬遷(사마천)은 그것을 ‘蜂起’로 표현했다. 마침내 秦이 망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이 천하를 다툰 결과 劉邦이 이겨 나라를 세우니 이것이 漢(한)이다. 국민들이 벌떼같이 일어나는 것이 民衆蜂起(민중봉기)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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