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영화인이 우려하는 ‘영화계 정치 바람’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영화인들의 진보신당 지지선언(본보 24일자 A21면 참조)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 제작자와 감독이 진보 신당에 대한 ‘영화인 지지선언’을 발표하려 하자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예전 같으면 일부 영화인의 정치적 선언으로 넘어갈 만도 하지만, 최근 정권 교체와 총선 등 예민한 시기에 영화인들의 정치 운동으로 비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지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는 “개인 이름을 명시하기 때문에 영화인 전체의 선언이 아니다”라며 “4년 전 영화인 226명이 모여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것처럼 분당 이후에도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인하대 영화과 조희문 교수도 “다양성이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겠다는데 그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도 대통령 선거 등에서 정치적 소신을 표현하고, 지지하는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도 낸다. 조지 클루니와 오프라 윈프리 등은 이번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의 지지 선언’이 사실상 다수의 ‘운동’으로 영화계에 정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진보 진영이 영화계를 좌우했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우려가 일면서 선언에 참여하려 했다가 “그냥 개별적인 지지를 보내겠다”며 마음을 바꾼 이들도 있으며, 한 영화인은 “영화인의 이름으로 그런 성명이 나오면 곧장 반박 성명을 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영화인은 “정권교체기에 영화계가 집단적인 정치 행동을 보이는 것이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정치와 문화는 서로 마주 보고 가는 것이지 정치의 꼬리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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