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당진에 가고픈 ‘상록수’심훈문학관을 고대하며…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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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 센터빌에 거주하는 심재호(73) 씨의 자택 2층은 오래된 원고와 사진들로 가득하다. 부친인 소설가 심훈(1901∼1936·사진)의 유품이다.

아들 심 씨가 10여 년 동안 한국의 대학 도서관과 고서수집가를 찾아다니면서 모은 것으로 1000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심훈의 1930년대 시집 ‘그날이 오면’ 원본엔 행마다 조선총독부의 붉은 색연필과 삭제 도장이 찍혀 있다.

1935년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자 그의 대표작인 ‘상록수’의 친필 원고(심훈은 1924∼26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작가 자신이 감독을 맡고 단성사에서 상영된 영화 ‘먼동이 틀 때’의 촬영대장 원본 등 귀한 자료가 쌓여 있다. “복사기도 없던 시절, 아버지께서 신문사나 잡지사로 원고를 보내기 전에 한 벌을 따로 써 둔 것들”이라고 한다.

심 씨는 미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부친의 원고를 기증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소망이 있다.

‘상록수’의 집필실인 ‘필경사(筆耕舍)’가 있는 충남 당진군에 심훈문학관이 세워져 원고가 그곳에 놓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곳이 아버지의 원고가 있어야 할 자리”로 믿기 때문이다. 경기 안성시에 있던 부친의 묘가 지난해 말 필경사 인근으로 이장돼 올해 3월 1일 기념행사를 갖는다는 소식도 전했다.

문제는 문학관이 언제 세워질지 알 수 없다는 것. 당진군은 당장 기념관 용지 매입 문제부터 가격 조정이 순조롭지 않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혼을 일깨운 작가 심훈의 원고가 언제까지 이국땅에 머물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두 차례나 고국을 방문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심 씨. “삶을 다하기 전에 유품이 제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라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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