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옷장-창고의 죽은 옷을 깜짝 스타일로 살려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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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재활용패션社 ‘정키스타일링’ 케리 시거 대표

최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선보인 ‘래코드’ 팝업스토어를 찾은 ‘정키스타일링’의 케리 시거 대표. 래코드 제공
최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선보인 ‘래코드’ 팝업스토어를 찾은 ‘정키스타일링’의 케리 시거 대표. 래코드 제공
“처음엔 재미였어요. 옷을 분해해서 발상을 뒤집는 디자인을 해보자는 거였죠.”

케리 시거 정키스타일링 대표는 1997년 고등학교 단짝 친구 애니카 샌더스와 함께 영국 런던 예술가 거리 ‘브릭레인’에 작은 가게를 냈다. 남들과 똑같이 입는 옷을 거부하고, 개인의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 의기투합한 것이다.

지난달 방한해 위크엔드3.0과 만난 시거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샌더스와 1년 6개월 동안 일본 도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며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 저마다 달랐고, 각 나라의 독특한 빈티지 시장을 보고 ‘이걸 영국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말했다. 여행 중 두 사람이 개성 있게 보이려고 커팅한 옷을 보고 좋다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시장성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만든 옷이 독특하긴 했다. 재고를 활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원래 셔츠의 목 부분을 옆구리에 배치해 섹시한 복근이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남성 셔츠는 일부러 앞뒤를 바꿔 디자인했다.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패션이란 말마저 생소했던 시절에 문을 연 정키스타일링은 조금씩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패션업체에서 재고를 산 뒤 이를 분해해 옷을 만들 뿐 아니라 고객들이 각자 추억이 담긴 옷을 가져다주면 이것도 해체해 완전히 새로운 옷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얻었다. 이 서비스의 이름도 재밌다. ‘옷장 수술(wardrobe surgery)’이다. 글로벌 브랜드 ‘톱숍’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하면서 그들의 패션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패션학교 파슨스에서 그들이 창조한 새로운 커팅 기술과 디자인을 강의했고, 주요 패션 미술관에 그들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11개국에 그들의 패션을 선보였다.

시거 대표는 “나만의 개성을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꿈꿨던 시작이 지금은 윤리적 패션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며 “영국에서도 프라이마, H&M 등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요즘 들어 그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성과 환경 문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윤리적 패션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키스타일링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만든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와 협업을 통해 최근 한국 시장에도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코오롱 관계자가 런던을 여행하다 브릭레인의 개성 넘치는 정키스타일링 매장을 보고 함께 손을 잡게 됐다는 후문이다.

정키스타일링은 코오롱이 올초 래코드를 론칭하는 데도 다양한 도움을 줬다. 국내에서 업사이클링은 처음으로 시도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코오롱은 남성 정장과 셔츠, 텐트 등 남은 재고를 장애인 단체가 맡아 해체하고 디자이너들이 분해된 옷감을 이리저리 살펴 새로운 옷의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시거 대표는 “아름다운 옷이 아니면 아무리 윤리적이더라도 패션이 아니다. 독창성과 윤리, 아름다운 스타일링이 만나야 중독될 만큼(junky)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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