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실속파, 新 혼수의 정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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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파, 겉치레 품목 줄이는 대신 함 캐리어-보석단품-슈즈는 사치스럽게

요즘 예비 부부 사이에서 인기 있는 혼수 및 예물 제품들. 왼쪽부터 마놀로 블라닉의 ‘스완’, 고야드의 하드 트렁크, 반클리프아펠의 다이아몬드 반지인 ‘로망스’와 ‘아칸테’, 다이슨의 ‘알러지파케’청소기. 각 업체 제공
요즘 예비 부부 사이에서 인기 있는 혼수 및 예물 제품들. 왼쪽부터 마놀로 블라닉의 ‘스완’, 고야드의 하드 트렁크, 반클리프아펠의 다이아몬드 반지인 ‘로망스’와 ‘아칸테’, 다이슨의 ‘알러지파케’청소기. 각 업체 제공
■ 예물과 혼수 트랜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현실에 발을 딛기 전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평소 ‘감히’ 살 수 없어 ‘위시 리스트(희망구매 목록)’에만 올려놓던 품목들을 현실로 척척 옮길 수 있는 기회다. 마치 직장생활 내내 허리띠 졸라맸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그래서 결혼 선배들은 말한다. “이때가 100만 원을 1만 원처럼 써보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남들처럼 호사만 누리기엔 결혼 후 닥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최근에는 겉치레보다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소수 품목에 아낌없이 쓰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전체적인 예산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지만, 적어도 이걸 왜 샀을까 하는 후회는 덜 남는다.

함 상자 대신 럭셔리한 ‘함캐리어’

루이뷔통의 ‘베르니 페가세’
루이뷔통의 ‘베르니 페가세’
예비부부들이 함 상자 대신 여행가방으로 꾸민 ‘함캐리어’를 선호하는 것은 알려진 얘기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상자보다 두루 활용이 가능한 캐리어를 함 용도로 활용하는 게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함캐리어에 고가 바람이 불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초고가 여행 가방이 함 용도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것.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프랑스 가방브랜드 고야드 매장에서는 함 상자용으로 기내용 사이즈인 하드 트렁크와 트롤리(바퀴 달린 캐리어)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올해 초 40개가 들어오자마자 다 팔려 현재는 품절상태다. 매장은 프랑스 본사 쪽에 추가 주문해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나무 프레임이 가방 안에 들어가 있어 함 상자 분위기가 나고 화사하되 흔하지 않은 색깔의 가방이 많아 특별한 걸 원하는 예비신부가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함 상자 용도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검은색 하드 트렁크는 내부가 포플러 나무로 만들어졌고, 외부는 천연 아라비아고무로 만든 염료로 여러 번 페인팅해 제작됐다. 바퀴가 없는 하드 트렁크는 550만 원대, 트롤리는 680만 원대다. 독특한 색상을 주문할 경우 880만 원대이다.

루이뷔통도 최근 들어 함캐리어용으로 가죽 트롤리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가죽 소재의 ‘페가세’는 다른 소재의 제품보다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싸지만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인기 제품으로 떠올랐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색상의 ‘타이가 페가세’는 예비 신랑들이 선호하고, 루이뷔통 고유의 가죽 소재인 에피와 베르니로 만든 ‘페가세 45’는 예비 신부가 많이 찾는다. 가격은 450만∼500만 원대.

종류는 줄이되 고가브랜드 반지로

‘티파니 세팅’으로 된 프로포즈링과 가드링(아래쪽).
‘티파니 세팅’으로 된 프로포즈링과 가드링(아래쪽).
결혼 예물 용도로 다이아몬드, 진주, 사파이어, 루비, 금 24K로 각각 만든 목걸이 반지 귀고리 세트를 장만하는 건 옛날 얘기다. 요즘에는 다이아몬드 세트만 갖추거나 평소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웨딩밴드(평소에 끼는 커플링)나 프러포즈 링(캐럿 반지)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골든듀, 젬피아 등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에서는 반지, 목걸이 등 단품의 판매량이 세트보다 20% 높다”고 전했다. 예물 가짓수는 줄이되 주얼리 브랜드를 따지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까르띠에, 티파니 등 명품 주얼리 브랜드가 만든 100만 원대 웨딩밴드는 최근 들어 판매량이 높아지고 있다.

프러포즈 링(반지)의 경우, 0.7∼1캐럿의 반지가 ‘표준’이었다면 요즘에는 약 0.3∼0.5캐럿으로 다이아몬드 크기는 줄이되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티파니 프러포즈 링의 대략적인 가격은 300만∼500만 원 선(0.3캐럿 기준). 웨딩밴드와 프러포즈 링을 명품 브랜드로 선택했기 때문에 가격은 올라가지만 다른 예물 세트를 포기하기 때문에 전체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다.


▼스마트기기 꽂아 음악 감상하는 명품 스피커 인기 절정


덴마크 음향기기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8’ 제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연결 가능한 도킹스피커다.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된다. 뱅앤올룹슨 제공
덴마크 음향기기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8’ 제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연결 가능한 도킹스피커다.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된다. 뱅앤올룹슨 제공
신세계백화점의 육일영 보석 바이어는 “과거에 비해 세트 구매는 줄어들었지만 명품 브랜드의 ‘엔트리 아이템’인 100만∼200만 원대 웨딩밴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젊은 부부 사이에서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만 투자하는 소비 경향이 결혼반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웨딩룩’의 완성. 웨딩슈즈

패션의 시작과 끝이라 불리는 슈즈가 신부에게만큼은 예외였다. 신부의 발은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가린 채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스튜디오 촬영과 결혼식 당일 스냅 촬영이 보편화되며 웨딩슈즈를 찍는 콘셉트가 따로 생기고 있다. 이제 ‘웨딩룩의 완성은 웨딩슈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예전에는 보통 아이보리나 순백 색상이 웨딩슈즈의 ‘표본’처럼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컬러로 개성을 살린 웨딩슈즈가 많아지고 있다. 예식 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많이 찾다보니 코르사주와 같은 화려한 장식보다 단순한 디자인에 화려한 펄을 가미한 제품이 선호된다. 바이올렛이나 은색 펄이 들어간 슈즈가 인기다. 은색 펄의 펌프스(발등을 덮고 굽이 있는 정장용 구두)나 크리스털 장식이 된 흰색, ‘누드컬러’로 불리는 스킨톤의 샌들을 웨딩슈즈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레이스가 달린 웨딩드레스를 선호하는 예비신부들은 오렌지나 핑크색의 웨딩슈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구두 브랜드 소다의 관계자는 “올해에는 다양한 소재와 불규칙한 패턴의 웨딩드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웨딩슈즈 역시 과감한 보석이나 리본 장식, 발랄한 색상의 제품이 유행”이라고 전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웨딩슈즈.
크리스찬 루부탱의 웨딩슈즈.
대표적인 웨딩슈즈 브랜드로는 크리스찬 루부탱, 마놀로 블라닉, 지미추가 있다. 이 중 마놀로 블라닉의 ‘스완(SWAN)’은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새틴 소재에 스팽글(금속과 합성수지 등으로 만든 빛나는 작은 조각)로 장식됐으며 영화 ‘트와이라잇’의 여주인공 벨라가 신었던 웨딩슈즈로 유명하다.

고가의 ‘인테리어 가전’도 인기

과거 수백만 원대의 전축 세트는 신혼부부의 대표적인 혼수품이었다. 하지만 사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감상용보다 장식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예비부부들은 전축세트 대신 모바일기기를 꽂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악을 크게 감상할 수 있는 스피커에 돈을 쏟는다. 대표적인 예가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8’이다. 이 제품은 아이패드 아이폰을 비롯해 개인용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도킹스피커’로 무선 조작이 가능하다. 도킹스피커란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연결하는 단자인 도크를 장착해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사용하는 스피커를 말한다.

‘베오사운드8’은 양쪽에 스피커가 원형 뿔처럼 달려 있다. 스피커의 색상을 검은색 흰색 그린 블루 옐로 퍼플 등 6가지로 바꿀 수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은 148만 원.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장 매니저는 “1000만 원대를 오가는 뱅앤올룹슨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적은 가격으로 뱅앤올룹슨 제품을 써볼 수 있고 인테리어 가전으로 활용할 수 있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해 3월부터 판매량이 2배 늘어났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브랜드 ‘다이슨’의 청소기도 인테리어 가전으로 예비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DC36 알러지파케’ 제품은 먼지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히 세척만 하면 되는 필터가 장착돼 있다. 관리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일반적인 청소기와 달리 디자인이 독특해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 가격은 85만8000원.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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