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화가를 꿈꾼 과학자, 아픈 지구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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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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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부탁해/박동곤 지음/256쪽·1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지구 보호는 과학자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대중이 관심을 가져야만 정치와 경제정책 등이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박동곤 숙명여대 자연과학부 화학전공 교수(51)가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상황을 과학으로 풀어낸 ‘지구를 부탁해―화학자의 13가지 지구 이야기’(사이언스북스)를 출간했다. 그는 고체화학 관련 연구로 각국 특허 1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책에서 박 교수는 지구온난화, 생태계 교란, 물 부족,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 등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지구 관련 이슈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박 교수가 2001년부터 강의해온 교양수업 ‘화학의 이해’에 쓴 자료들을 정리한 것이다. 약 2억5000만 년 전 페름기에 일어난 대멸종 사건으로 당시 가장 번성했던 삼엽충을 비롯해 생물의 90%가 사라진 것을 설명하며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으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인간의 반성을 촉구한다.

특히 박 교수가 직접 그린 책 속의 삽화가 눈에 띈다. 그는 1995∼2006년 대한화학회가 매달 발간하는 ‘화학세계’에 만평을 싣는 등 전문가 수준의 만화 실력으로 알려졌다. 수업시간에는 뉴스위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잡지와 신문의 사진을 많이 인용하는데 필요한 사진이 없을 땐 직접 만화를 그려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어릴 때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화가이신 어머니께서 ‘화가는 비싼 그림 깔고 앉아 굶는다’며 반대하셨어요. 어머니 몰래 숨어서 그리다 보니 공부하면서 노트에 대충 펜으로도 그릴 수 있는 만화를 그리게 된 거죠.”

에너지를 주제로 한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는 박 교수는 “많은 사람이 중학교 때까진 과학에 관심을 갖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거리감을 느끼는 게 안타깝다”며 “쉽고 재미있는 과학 대중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화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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