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최영애/성교육 솔직한 대화가 최선

  • 입력 1999년 12월 5일 17시 57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고추를 심하게 만지는데 어떻게 해야하죠?”

유치원 부모 성교육을 나가면 으레 나오는 질문이다. 중학교 학부모들은 아이의 자위행위를 직접 목격하거나 휴지통에서 발견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난감해 한다. 또 자주 나오는 질문은 TV에서 야한 장면이 나올 때 아이랑 같이 계속 봐야하는지, 혹은 전통적인 방법대로 “물 떠와라”“숙제없니”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기성세대는 학교나 부모로부터도 성교육은 커녕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라는 질문에 기껏해야 “엄마 배꼽에서 나왔다”거나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대답을 듣고 자란 세대다. 그리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적어도 공식적인 영역에서는 성을 불경시하는 유교적 성문화에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보니 현재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이나 성행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당혹해 한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쏟아지는 성정보로부터 아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성이란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라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성 인식(認識)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이란 상호적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교육은 인성교육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면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할까. 성교육은 따로 시간을 내어 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질문하거나 호기심을 보이는 순간이 가장 좋은 성교육 시간이다. 대체로 유치원 아이들의 ‘자위’ 행위는 간지럼 타는 놀이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학교 아이들의 자위행위 역시 나름대로의 성적 욕구나 호기심을 실험해 보는 방식일 수 있다. 자칫 어른들의 시각에서 자녀들의 자위행위를 부도덕한 행위로 매도했다가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성을 불결한 것, 감추어야 하는 행위라는 인식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성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규정해 건강한 성적 정체성을 갖기가 힘들다. 이렇듯 자녀들의 건강한 성 인식 형성에 미치는 부모의 성적 태도와 인식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부모들의 솔직한 태도와 열린 성교육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부모들이 성을 부끄러운 것, 불경한 것이라는 부정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당연한 성장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질문을 받으면 피해갈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기 난처한 생각이 들면 성교육책이나 비디오 CD롬을 활용해도 좋다.

최영애<한국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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