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뮤지컬 '팔만대장경'/화려한 무대-음악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팔만대장경’. 5년간 해외 20개국에서 뮤지컬 ‘장보고의 꿈’을 공연해온 극단 현대극장이 새로 기획한 대형 역사극이다.

이 작품은 고려말 국난극복을 위해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판각장이 비수와 귀족의 딸 묘화, 권력층 만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3년여의 제작기간과 6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200여벌의 무대의상, 경판 등 400여종의 소품,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회전무대 등은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만전이 묘화를 겁탈하는 장면을 태평무와 승무 처용무 등으로 세련되게 형상화해낸 연출은 보는 이에게 사랑의 ‘비극적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다.

‘명성황후’의 주역이었던 김원정(묘화),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여현구(만전), 이탈리아 로마의 만조니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한 현광원(비수) 등 성악가 출신의 배우들은 노래의 카리스마와 함께 연기력까지 갖춰 뮤지컬과 오페라의 만남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물코처럼 얽혀들어야 할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와 팔만대장경의 제작과정은 서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드라마로서의 필연성을 잃고 말았다. 특히 비구니가 된 묘화가 몸을 던져 몽골군의 침략을 막아낸다는 피날레 장면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김선하 작곡, 죠지프 베이커 편곡의 음악은 ‘사랑의 아리아’나 ‘2중창’ 등에서 아름답고 장중한 선율을 선사하지만 전체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성은 부족하다. 특히 합창 장면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선 채로 노래를 불러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몽골군과의 전투신. 사람의 무등을 타고 등장하는 몽골 기마병의 모습은 전란의 생생함을 연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02―762―6194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