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Golden Glove 2001 (1)

  • 입력 2001년 10월 8일 11시 55분


이번 칼럼에서는 2001시즌 각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가려보자. KBO에서는 골든 글러브 후보자 선정 기준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지만, 오늘 칼럼에서는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포지션별로 활약이 두드러진 선수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 대한 정의와 분석 툴(Tool)에 대해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 XR : RC와 비슷한 개념으로, 타격 성적을 바탕으로 소속팀 득점에 공헌한 정도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올해 119.26의 XR을 기록한 펠릭스 호세는 소속팀 롯데의 팀득점 707점 가운데 119점을 창출해냈다는 의미이다. 팀 성적으로 구한 XR은 각 팀이 실제로 얻어낸 득점과 거의 일치한다.

· RAA : 평균적인 타격 능력(대략 OPS 0.780 정도를 기록할 수 있는)을 지닌 타자에 비해 소속팀 득점에 공헌한 정도. 예를 들어 LG 김재현의 타자로서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김재현이 출장한 LG 라인업이 기록할 득점과 김재현이 빠진-김재현 때문에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던 누군가가 김재현을 대신해 출장했을-LG 라인업이 기록할 득점을 비교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RAA는 김재현이 출장한 LG 라인업과 김재현을 대신해 백업 좌익수가 출장한 라인업이 얻어낸 득점의 차이가 된다. 만약 RAA가 양(+)이라면 김재현이 가치있는 타자라는 의미이며, 음(-)이라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평균적인 타자와 비교하는 것은 김재현을 대신해 출장할 누군가의 타격능력을 리그 평균 수준으로 가정한다는 의미이다.

· RAR : 후보수준의 타격 능력을 지닌 타자에 비해 소속팀 득점에 공헌한 정도. RAA와 같은 개념이지만 레귤러를 대신해 출장할 타자의 타격 능력을 리그 평균 수준으로 가정하는 것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리그 평균에 미달하는 수준으로 가정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실제로 레귤러가 빠진 자리를 대신할 백업 요원들의 타격 수준은 대체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정이 더 현실적이다. 다만 백업 요원들의 타격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데, 여기서는 사용된 가정은 충분히 '보수적'이라는 사실만 지적하고 넘어가자.

· 타자의 출루 능력은 득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1번 타자들에게 출루율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출루는 추가적인 공격 기회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령 올 시즌 롯데는 호세가 타석에 들어서는 이닝에서 3자 범퇴로 물러난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호세의 엄청난 출루율, 즉 아웃을 당하지 않는 능력 덕분에 3명으로 끝날 이닝에서 4명, 5명이 타석에 들어서게 된다. 타격 기회가 늘어날수록 득점이 불어나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 이닝이 3아웃이 아니라 4아웃으로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그러나 스포츠신문이나 해설자들이 중시하는 타점, 홈런 등은 물론이고, OPS, RC 등 제법 정확성을 자랑하는 통계도 이 부분을 적절히 평가하지 않는다. 생소함을 무릅쓰고 RAA, RAR을 주된 분석 툴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XR(혹은 OPS나 RC)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가 RAA나 RAR에서 그렇지 못한 이유도 RAR, RAA에서는 출루율이 추가적으로 창출하는 공격 기회를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 ‘가장 뛰어난 선수’는 개인 성적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한다. 팀 성적은 로스터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에게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개인 성적만으로도 한 선수의 팀 공헌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팀 성적 자체를 평가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개인 타이틀 역시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홈런 1위 이승엽은 2위 호세에 비해 3개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뿐이지, 이승엽만 홈런‘왕’은 아닌 것이다. 얼마나 성적이 훌륭한가가 중요하지, 타이틀 ‘따고 못 따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포수

Name

Team

AVG

RBI

HR

OPS

XR

RAA

RAR

박경완

현대

0.257

81

24

0.861

82.98

16.62

41.13

진갑용

삼성

0.306

57

7

0.826

51.03

5.00

21.76

최기문

롯데

0.300

46

7

0.768

57.72

-0.41

20.28

홍성흔

두산

0.266

48

8

0.692

47.04

-16.65

4.39

김상훈

기아

0.263

41

6

0.650

38.61

-23.93

-3.18

* 300타석 이상

리그 MVP를 차지한 지난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001 박경완 역시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포수이다. 박종호가 무너지고 박재홍이 부진한 상황에서 박경완 마저 부진했다면 유니콘스가 2위에 오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 지난해에 이어 수상이 유력하다. 진갑용-최기문은 생애 최초로 3할 고지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진갑용의 경우 부상으로 인한 잦은 결장이 다소 아쉽지만, 지난해 주전 포수 자리를 굳히고 올해는 더욱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Rookie Of the Year' 출신 홍성흔은 ‘3년생 징크스’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타율 및 출루율에서 데뷔 시즌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올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넓은 잠실을 홈으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타격의 시대’에 4할이 버거운 장타율과 김동수-박경완의 뒤를 이을 차세대 포수라는 수식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미래가 기대되는 김상훈이지만 아직까지 전임자보다 딱히 낫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1루수

Name

Team

AVG

RBI

HR

OPS

XR

RAA

RAR

이승엽

삼성

0.275

93

39

1.019

110.35

43.17

69.22

우즈

두산

0.290

113

34

0.968

97.16

32.22

56.48

산토스

기아

0.305

104

25

0.859

81.69

11.42

36.62

롯데

0.268

61

17

0.845

57.75

8.03

26.05

장종훈

한화

0.271

53

14

0.785

56.75

1.55

21.38

서용빈

LG

0.291

47

0

0.730

46.51

-7.68

11.62

* 300타석 이상

대구구장은 분명 잠실구장에 비해 타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이승엽은 RAR에서 우즈에 분명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수비수로서 능력도 우즈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기자단 역시 이승엽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팀내 최고타자 자리는 심재학에게 양보했지만 타이런 우즈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몰아쳤던 산토스는 후반기 들어 주춤했다. 협소한 광주구장에서 OPS 859를 기록하는 1루수 용병이라면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훌리안 얀 역시 재계약이 쉽지 않아 보인다. 1999년 이후 장종훈의 OPS는 899-848-785로 계속 떨어졌다. 내년에 만 33살이 되는 장종훈으로서는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서용빈은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4개 모자라는 홈런을 때렸다. 그래서 올해 그의 타격 성적 홈런란에는 ‘0’이 찍혀있다. 나는 현재 개인 통산 18홈런을 기록중인 그가 통산 3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린다면 무척 놀랄 것이다. 주의하시라. ‘한 시즌’이 아니라 ‘통산’이다.

2루수

Name

Team

AVG

RBI

HR

OPS

XR

RAA

RAR

안경현

두산

0.281

84

16

0.827

75.40

5.45

30.02

김종국

기아

0.283

25

4

0.735

50.79

-5.84

14.24

박정태

롯데

0.249

58

7

0.720

43.65

-13.89

5.34

박종호

현대

0.242

65

9

0.673

54.68

-20.29

4.87

정경배

삼성

0.248

29

3

0.684

33.79

-12.21

3.64

최태원

SK

0.241

31

5

0.659

38.56

-15.05

3.49

올 시즌 2루수들은 집단으로 슬럼프에 빠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간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박정태, 박종호, 정경배는 나란히 2할 4푼대 타율로 부진했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2루수 부문에서 안경현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시즌 절반을 잠실에서 뛰는 미들 인필더에게 16홈런-84타점-OPS 827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별다른 경쟁자가 없어 골든 글러브 수상자 기념 촬영에 참가할 것이다. 김종국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700이 넘는 OPS를 기록했다. 아울러 데뷔 이후 줄곧 1:2를 상회한 볼넷/삼진 비율도 40/56으로 향상되어 내년 혹은 내후년에 대한 기대를 밝게 한다. 지난 3년간 박정태의 OPS는 860-741-720으로 하락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그의 나이와 계속 하락하는 OPS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 지난해 리딩 히터이자 골든 글러브 수상자 박종호는 불과 0.242의 타율을 기록하며 ‘예전의 박종호’로 되돌아갔다. 박종호는 1999-2000 시즌이 “fluke"가 아님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정경배가 부진한 때문에 라이온즈는 카를로스 바에르가를 영입해야 했다. 한국시리즈 선발 출장의 영광도 바에르가에게 양보해야 할 듯. SK 최태원은 지금 성적으로는 그의 연속 경기 출장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유격수

Name

Team

AVG

RBI

HR

OPS

XR

RAA

RAR

브리또

SK

0.324

80

22

0.976

93.02

34.15

58.51

유지현

LG

0.283

53

9

0.822

81.78

8.35

34.91

박진만

현대

0.300

63

22

0.887

70.22

10.34

31.60

홍세완

기아

0.283

68

13

0.779

65.52

-1.47

22.14

김주찬

롯데

0.318

30

3

0.817

47.93

4.02

19.57

김민재

롯데

0.303

37

2

0.723

43.16

-7.37

10.39

김민호

두산

0.216

29

4

0.623

33.36

-18.71

-1.57

공격력이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라는 오명은 이제 유격수가 아닌 2루수들에게 씌워주어야 할 것이다. 펠릭스 호세만 없었다면 올 시즌 최고 포지션 플레이어의 영광은 SK 틸슨 브리또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기자단이 어떻게 투표할는지 알 수 없지만 브리또 아닌 누군가가 GG를 수상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유지현의 선구안은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원년 이후 지난해까지 100볼넷을 넘긴 타자는 모두 다섯 명이다(김기태는 2회). 투수들에게 장타에 대한 스트레스를 거의 주지 않는-덕분에 단 하나의 고의사구도 얻어내지 못한 유지현이 96개의 볼넷을 얻어냈다는 사실은 그의 선구안을 잘 설명한다. 유지현에 비해 높은 OPS를 기록한 박진만이 유지현보다 낮은 RAR을 기록한 데에는 출루율과 타석수의 차이 때문이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멘도자 라인을 맴돌던 박진만이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한 데에는 꾸준히 출장시키며 조급하게 굴지 않은 유니콘스 코칭 스태프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홍세완과 김주찬은 나란히 레귤러로 자리매김하며 유격수로서 전혀 빠지지 않는 성적을 거뒀다. 기아, 롯데 코칭 스태프가 이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을 박진만의 사례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김민재는 데뷔 이후 최초로 3할 타율에 성공했지만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김민호는 올해도 ‘김민호’였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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