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우리가 미국이라면 실망했을까? "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2시 47분


한국축구대표팀이 미국을 상대로 가진 월드컵 전초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유상철의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월드컵 1승 제물이 미국임을 확인한 한국팀.

하지만 입장바꿔 생각하면 1승을 자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번 평가전에서 미국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전들이 대부분 빠졌다.

과연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쯤일까?

우선 미국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어니 스튜어트(32·네덜란드 NAC브레다).

2002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8골을 뽑아낸 팀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19세때부터 네덜란드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스피드와 노련미를 겸비한 선수다.

한국팀에서 보면 황선홍(33·가시와)과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바로 그다.

이번 평가전에서 드러났듯이 한국팀의 공격을 주도한 것은 황선홍이었다.

넓은 시야와 노련미에서 나오는 깔끔한 패스는 동료들의 공격기회를 살려주는데 100% 역할을 다해냈다.

스튜어트는 미국내에서 황선홍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다.

그가 이번 평가전에서 빠졌으니 전력약화는 당연한 결과였다.

미드필더의 앤서니 새니(30·독일 뉘른베르크)와 미국팀 주장인 클라우 디오 레이나(28·글래스고)는 한국팀의 유상철과 이천수에 비교할 수 있는 존재.

특히 레이나 경우 85억원이 이적료를 받고 프리미어리그로 옮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 선수와 함께 평가전에 출전한 코비 존스는 미국팀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선수들이다.

수비에서는 미국팀 수문장인 케이시 켈러도 불참했다.

미국팀에서 켈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아레나 미국 감독은 출중한 기량을 지닌 켈러 이외에 다른 골키퍼를 주전으로 내세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호마리오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고 칭송할 수준으로 그의 결장은 한국팀에서 이운재, 김병지, 김용대가 모두 결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바꿔생각하면 이번 평가전에서 한국은 황선홍, 유상철, 이천수, 김병지, 이운재, 김용대가 빠진 상황에서 미국과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들이 빠진고 미국에선 주전 대부분이 참가했다면, 그리고 그 경기에서 우리가 1-0으로 패했다면 과연 우리팀은 실망했을까?

결코 아니다.

이정도 맴버로 1-0의 패배라면 월드컵에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훗날을 기대했을 것이다. 미국팀의 심정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본 미국팀은 바로 이런 팀이다.무언가 엉성하고 뚜렷한 색깔을 지니고 있진 못했지만 후반에는 한국을 위협했던 팀.

바로 이 팀이 주전들 대부분이 빠진 미국팀이란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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