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투수 보직변신은 구단의 죄

  • 입력 2001년 7월 24일 21시 12분


"여자의 변신은 무죄, 투수의 보직 변신은 구단의 죄."

프로야구 각팀별 선발투수진들과 마무리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각구단들은 투수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부족하면 마무리투수를 선발로 전환시키고 마무리투수가 필요하면 선발투수에서 보강하는 불안한 선수수급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의 마무리 전문 리베라가 계속되는 부진으로 전반기를 마지막으로 퇴출. 삼성은 전반기 선발투수로 6승을 거둔 김진웅을 급기야 마무리로 전환시키는 결단을 단행. 시즌초반 선발진 구성에서 지난해 마무리로 뛰었던 임창용을 선발로 전환시킨 상황에서 김진웅의 마무리 변신, 또한 팀의 투수진 운영에 어려움을 나타낸 좋은 예.

두산 또한 투수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년연속 구원왕에 올랐던 진필중을 전반기 팀의 선발진이 붕괴되자 선발투수로 보직변경을 시켰고, 박명환을 마무리로 내세우는 급처방을 하면서 경기를 치루었다. 그러나 전반기말 마무리 박명환이 부상으로 이렇다할 마무리투수가 없는 가운데 선발 진필중을 자신의 본래 보직인 마무리투수로 활용, 후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각팀별 20명 남짓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선수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폭넓은 선수층이 확보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만큼 실력이 검증된 확실한 선발진과 마무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야구는 전문화, 분업화가 되어있어 투수들은 선발, 중간, 마무리등으로 나뉘어져 특성화가 이루어져 있다. 보직에 맞게 선수들은 체력관리를 하고 투구수를 조절하고, 컨디션을 체크한다. 선발투수는 5일에 한번꼴로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하루를 투구하고 5일을 휴식기간을 가지고, 중간계투나 마무리투수는 항상 등판을 위해 몸을 만들며 등판을 기다리고 있다.

선발투수가 다음날 마무리로 나서고, 마무리투수가 다음날 선발투수로 정해지고 하는 상황은 선수들에겐 부담스러운 상황. 자신에게 맞는 보직에 따라 몸을 만들고 훈련을 하며 경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보직변경은 선수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투구를 하게되고 성적 또한 나쁘게 나온다.

팀의 성적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에서 각팀당 20명중 확실한 수준급 투수들은 4, 5명정도, 선발투수진이 5인 로테이션으로 가는상황에서 팀에서 선발투수 1명이라도 부상이나 부진하게 되면 선발투수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고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선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무리투수가 선발에 오르고 선발투수가 마무리로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발투수나 마무리투수가 부상이나 부진하다면 무명 선수들을 데뷔시켜 기량을 검증하고 선수층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데, 당장의 성적이 구단의 앞날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불안한 무명 선수들보단 무리해서라도 뛰고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하는 상황이 투수들의 잦은 보직변경으로 이어져 선수들에겐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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