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부산시 가야로 4.8㎞ ‘魔의 10차로´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59분



부산 부산진구 가야굴다리에서 사상구 주례사거리를 연결하는 가야로 4.8㎞는 ‘죽음의 도로’라고 불릴 만큼 악명이 높다.

2000년 9월 부산지하철 2호선 공사가 끝나면서 6∼8차로이던 가야로가 10차로(50m)로 대폭 확장된 데다 직선과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과속 차량이 많고 사망사고의 비율이 높기 때문. 지난해 이 구간에서 18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로 사정이 너무 좋다 보니 운전자들의 방심하고 속도를 내는 데다 무단횡단이 많은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도로에는 횡단보도 2개에 육교 4곳과 지하철의 지하도도 3곳이 있지만 이들 보행시설간의 거리가 무려 400m를 넘는 곳이 3군데이며 나머지도 250∼300m에 이르러 폭 50m의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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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의대역에서 주례사거리까지 2.9㎞구간에는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어 손수레나 자전거가 곡예하듯 도로를 건너는 장면도 목격된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야간에 과속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 실제로 도로가 확장된 2000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7명이 무단횡단 등의 사고로 숨졌으며 작년 10명의 사망자 중 6명도 무단횡단 사고였다.

더구나 4일부터 가야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에서 70㎞로 상향조정되면서 운전자들이 과속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가야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이승희씨(李勝熙·37·의사)는 “갑자기 나타나는 무단횡단 보행자들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밤늦은 시간에는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도 자주 보여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은 지난해 7월 가야로를 ‘교통안전 시범도로’로 지정했으며 경찰은 고정식 단속카메라 3대를 설치하고 신호위반과 무단횡단 등에 대해 단속을 펴고 있다. 또 관할 부산진구와 사상구는 가야로 4㎞ 구간 중 1.6㎞에 가드레일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사고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과속과 무단횡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가야로에서 발생한 사고처리를 주로 담당해 온 사상경찰서 교통과 황인철(黃寅喆·37) 경장은 “교통사고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행자나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부산지부 정우택(鄭遇澤·40) 안전조사과장은 생각이 다르다. “운전자의 준법의식도 필요하지만 시설 측면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다”는 것이 정 과장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해 과속 차량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육교나 횡단보도도 증설해 보행자나 손수레 등의 무단횡단 원인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

정 과장은 또 “기존의 육교나 지하도도 경사가 급해 노약자나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다”며 “육교에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해 노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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