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화 약세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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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를 노린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 투자다. 이 때문에 최근 런던귀금속거래소에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금값 상승률은 올해 초 저점 대비 25%에 달한다.

사실 장기 투자자들에게 달러화 약세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다. 경상·재정수지 적자와 금리 차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달러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달러 가치 하락에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다.

재정적자 탈출과 정책금리 인상 역시 주요국에 비해 늦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미국 국채의 주요 투자자인 외국 중앙은행에서 보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저금리 정책과 재정적자 누적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 부실에 직면해 있는 미국 정부가 빠른 금리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라는 대안을 선뜻 택하긴 어려워 보인다.

기축통화 논쟁도 달러화 약세에 한몫을 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을 인식한 중국은 이미 기축통화국이 되려는 야심을 드러낸 지 오래고, 일부 석학은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유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달러 약세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필자는 장기적인 달러화 약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투자 결정에선 이에 얽매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저금리가 초래한 대규모 달러캐리 트레이딩의 되돌림 효과가 때로는 달러 약세 압력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난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와 글로벌 주가 조정, 금값 및 유가 약세는 이런 상황을 암시하는 좋은 예다.

과거 엔캐리 트레이딩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엔화 가치의 움직임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닌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주식이나 상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일본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 엔화 가치가 올랐던 것이다.

시사점은 명확하다. 비록 미국의 경제 여건이 장기적인 달러화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논의만 무성할 뿐 아직 달러화는 글로벌 기축통화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통화로서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모든 투자에서 마찬가지지만, 달러화 관련 투자에서는 특별히 유연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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