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경제 어렵다는데 집값은 왜 오르나요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8분


[?] 경제 위기로 모두들 살기 어렵다는데 유독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은 금리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왜 집값은 오르는 건가요.

은행금리 낮아져 대출부담 줄어들면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외환위기 전에는 국내 집값이 금리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연 12∼16%의 높은 금리에도 아파트 값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해마다 12∼20% 올랐습니다.

금리가 요즘과 달리 무척 높았지만 집값도 크게 뛰었던 셈이죠. 이는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집을 살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집을 짓는 공급량에 비해 사려는 수요가 많아 금리가 집을 사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죠.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금리와 집값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나타난 것이죠. 1997년 말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뒤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20∼30% 치솟았습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집값은 폭락했습니다. 코스피도 300 선 밑으로 곤두박질했습니다. 반면 수도권의 집값은 1998년 초부터 그해 5∼6월까지 6개월간 무섭게 추락했죠. 금리와 집값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첫 시기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갚으려고 보유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려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급매물은 다시 급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을 해준 은행권도 이를 돌려받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금리가 낮으면 주거비용이 줄어듭니다.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은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삽니다. 집이 한 채 있는 중산층은 이를 담보로 다시 다른 집이나 상가를 사기도 합니다. 무주택자도 은행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현상이 나타나지요. 금리가 낮으면 싼 이자로 돈을 구할 수 있어 부동산을 구입할 수요도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실제 1998년 말 이후 회사채 금리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부동산값은 반등했고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값과 금리의 반비례 관계를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금리 변화로 집값의 변동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가격 폭등은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내재적 약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평범한 사람들까지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 부동산 거품의 형성은 필연적이라는 거죠.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가 아니고 투기세력이 촉발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대심리와 이에 휩쓸리기 쉬운 대중의 집단심리라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지요.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내 아파트 가격이 뛰었다는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미리 부동산을 사두어 나중에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가수요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비이성적인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금리인상만으로는 추가적인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며 오히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부동산시장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또 금리가 오르면 간신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서민층이나 담보대출로 생계와 사업을 근근이 꾸려가는 소시민 또는 자영업자의 형편만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큰 폭의 금리인상은 자칫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불러오는 핵폭탄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자산거품이 붕괴된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나 1989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지속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금융대책뿐만 아니라 주택 수급 개선, 분양가 정책 및 부동산 세제의 합리화 등 종합적인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투기적인 수요자들의 초과 수익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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